책소개
‘소피아, 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위대한 숲의 현자, 표범의 연설이 시작된다
혜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우직하게 섬을 미는 물소, 새로운 세상을 보려 무리에서 빠져나온 찌르레기, 세상의 탄생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아기 코끼리, 자신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세상이 뒤틀려 버릴지도 모른다며 겁내는 타조, 안락한 집이 아닌 화려한 감옥을 선택한 소라게, 엄마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원숭이…… 각자 생사를 건 여정을 거쳐 숲의 현자 앞에 당도한 동물들은 표범의 한마디를 숨죽이며 기다린다. 물소의 죽음을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인 숲에서 흑표범 소피아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목차
이 도서는 목차가 없습니다.
저자
제레미 모로
출판사리뷰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무의식을 건드리는 질문들과 아름다운 이미지의 감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이지은(『친구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 작가)
“결코 운명에 순응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헌사! … 끊임없이 노력하고 방황하는 우리에게는 이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루리(『긴긴밤』 작가)
‘이 물소는 아무도 먹을 수 없어!’
물소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강렬한 사유 여행
굶주린 코모도왕도마뱀은 언덕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물소를 발견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리를 물어뜯는다. 물소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섬을 밀어 옮기려 한다. 혜성이 섬을 향해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섬을 구하려는 물소의 의지에 감동한 코모도왕도마뱀은 함께 섬을 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몸 전체에 퍼진 도마뱀의 독은 물소의 생명을 앗아가고 물소는 결국 생의 최후를 맞는다. 이때 코모도왕도마뱀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물소의 죽음을 슬퍼하며 사체 먹는 것을 거부하고 그를 땅에 묻기 시작한 것이다. 물소가 죽기만을 기다리던 독수리가 왜 죽은 고기를 땅에 묻느냐고 항의하자 도마뱀은 울부짖으며 소리친다.
‘이 물소는 아무도 먹을 수 없어!’
독수리 떼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고발하고자 숲의 현자인 검은 표범 소피아와 그 밖의 수많은 동물을 불러 모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소피아는 생각에 빠진 채 무덤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둘러보기 시작한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드디어 소피아의 연설이 조용히 시작된다.
‘친애하는 산 자들이여…….’
숲의 현자 소피아는 죽음이라는 실존적 의문을 앞에 두고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삶과 죽음에 관한 위대한 표범의 연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삶이란, 기억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 외로움은 어떤가?
생명의 기원,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웅장한 철학 우화
『표범이 말했다』는 특별한 죽음을 맞은 물소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타조, 새로운 세상을 보려 필사의 도전을 한 찌르레기, 세계의 시작을 찾기 위해 자신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코끼리, 으리으리한 궁전 같은 집을 찾았지만 외로움에 시달리는 소라게, 엄마의 죽음을 기리는 원숭이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표범의 연설로 막을 내린다. 이 여섯 가지 이야기는 죽음, 아름다움, 외로움, 자유 의지, 역사의 상대성, 사랑 등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화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그렸다.
〈개구리와 전갈〉이라는 우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물소 이야기는 본능과 이성, 인간을 동물과 다른 존재이게 하는 인간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누군가는 불가능할 거라 비웃는 일에 묵묵히 도전하는 강한 의지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 것 같은 이 세상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스스로를 ‘소라 집과 과거의 삶을 짊어지고 헤매는 저주받은 방랑자’라고 말하는 소라게의 독백은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린다.
“누구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순 없어.”
세상의 기억을 책임져야만 했던 코끼리는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무거운 의무에서 벗어난다. 그 흔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는 코끼리의 뒷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야생에서 죽음의 무게는 모두 같다는 명제도 개인의 슬픔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엄마의 죽음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찬란하게 죽음을 기리는 동물을 원숭이(유인원)로 그리고 ‘호모’라 이름 붙인 것은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독자를 짧지만 아름다운 사유의 여행으로 초대한다.
자연 속의 철학자 제레미 모로
세계의 기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탐구하다
『표범이 말했다』의 작가 제레미 모로는 BBC 다큐멘터리 〈Life〉를 보고 이 이야기를 그렸다. 코모도왕도마뱀 한 마리가 물소를 물어뜯고 독이 몸에 퍼져 죽을 때까지 3주를 기다려 마침내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는 "어떻게 코모도왕도마뱀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희생자와 유대감 없이 보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이후 동물을 통해 인간성을 살피기 시작한다.
“동물과 마주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 제레미 모로
우화라는 측면에서 이솝과 라퐁텐의 우화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제레미 모로는 그보다 더 시적이며 더 거대한 철학적인 맥을 파고든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는 작가와의 첫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제레미 모로는 『표범이 말했다』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지만 이미 일찍부터 예술가 반열에 올라선 작가다. 일찍이 앙굴렘 국제 만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아이슬란드의 거인 그림르라는 반항적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린 『그리므르 연대기(La Saga de Grimr)』로 황금야수상을 받았다. 『표범이 말했다』는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실존적 문제에서 동물과 인간의 숨겨진 유사성을 조명하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림으로 읽는 시,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리다
『표범이 말했다』는 죽음, 외로움, 역사의 종말 등의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림만큼은 부드럽고 화사하다. 선은 단순하며 이미지는 순수하고 색채는 밝은 것이 특징이다. 큰 판형에 잘린 조각과 프레임을 사용한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환하고 독특한 컬러를 사용하여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과 그에 대비되는 동물들의 사실적인 표정 또한 깊은 인상을 준다. 숲의 전경은 눈부시고, 매혹적이며 장엄하다. 세밀하게 그려진 숲의 풍경과 새 떼의 아름다움 움직임, 은하수같이 펼쳐진 화려한 바다 풍경 등은 이 책의 신비로움을 가중시킨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한 평론가는 그의 그림을 ‘꿈을 꾸게 하는 시각적인 시’라고도 표현했다.
제레미 모로는 밝은 빛깔에 ‘보이지 않는 힘’을 담고 싶다고 강조한다.
“산을 그릴 때, 산을 이런 모양으로 만든 지질학적 힘을 그리고 싶어요. 색을 칠할 때는 그 안에 담긴 풍경을 조각하고자 합니다.”
『표범이 말했다』를 통해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리고자 한 작가의 매혹적인 그림 세계를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