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와 당신의 언어들이 우리 사이를 채웠으면 좋겠다”
진심을 담은 가장 단순한 삶의 문장들과
마음의 사이를 잇는 보통의 언어에 대하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한 온도로 배어드는 관계의 언어가 있다. 수십만 수백만 개의 말들 중 바로 그 언어가 우리 사이를 채운다. 시인은 말한다. 인생이란 결국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고. 그리고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이 어떤 언어를 사랑했는지, 어떤 환상을 좇았는지, 어떤 빛이 되고 싶어 했는지. 시인의 언어를 따라다가 보면, 나의 언어로 누군가의 어두운 마음을 어떻게 비출 수 있을지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상대의 말을 온 마음으로 들을 때 비로소 ‘우리’라는 관계가 피어난다는 사실을.
결국 이 책은 언어로 이룬 관계에 대한 에세이다. 오늘 당신이 밑줄을 그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언어는 무엇인가? 그 언어가 마음의 사이를 이어줄 것이다. 시인의 진심을 담은 삶의 문장으로 채워진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을 그어도 좋다. 지금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에게 밑줄 가득한 이 책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우리’가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목차
Prologue ◆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
1부 ◆ 사이의 명도
진심을 알아보는 법
믿는다는 말에 대하여
나의 삶을 설명하는 일
사랑의 화학
은어의 세계
가끔은 혼자여도 좋다
싸움의 기술
관계의 말들
사랑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다
당신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말의 표정
언어의 화학
지금 하는 말
당신이 하지 않은 말
2부 ◆ 마음의 날씨
삶에 응답하는 중
마음의 말을 배우는 시간
나를 지키는 말들
고요의 원리
은유는 아름답지 않다
고픈 게 아픈 것보다 더 아프다
그 거짓말, 정말인가요?
때로는 낯간지러워도 좋다
마음보다 말이 앞설 때
우리는 적당히 외로웠어야 했다
마음으로 보는 사람
손이 하는 말
혼잣말은 아프다
3부 ◆ 식물의 빛깔
활짝 활착하기를
식물의 은어
꽃이 하는 말
채소만 기분이 있는 게 아니에요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식물의 힘
어떤 말은 인생을 바꾼다
꿈꾸는 식물들
식물 집사를 거부한다
나무를 켜는 시간
주저하는 마음
수국즙을 대접하고 싶군요
식물 중에도 저 같은 식물이 있나요?
햇볕을 모아두는 식물은 없다
4부 ◆ 글의 채도
시의 오묘한 세계
언어의 연금술사
삶이 글을 만드는 순간
말의 처음을 생각하다
국어사전 사용법
잘 쓴 글과 좋은 글
내 인생은 나만 살아봤으니까
읽기의 쓸모
빼기의 미학
여행에서 얻은 한 문장
살의 말들
의미심장이라는 말
Epilogue ◆ 가장 아름다운 것
저자
림태주
출판사리뷰
“너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 나는 오늘도 너라는 낱말에 밑줄을 긋는다. 너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어서, 진심이 있어서, 쉬어갈 자리가 있어서, 차별이 없어서,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너를 수집했고 너에게 온전히 물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너와 나 사이를 채운 관계의 언어,
그 말에 밑줄을 그으며
‘우리’라는 순간이 시작된다
『관계의 물리학』의 저자, 림태주 작가의 신작이 3년 만에 출간되었다. 이번 에세이는 ‘문장’, 즉 ‘언어’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관계의 물리학』이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마음의 중력을 시적 상상력으로 물리학에 빗대어 풀어냈다면, 이번 책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나를 살피고 타인을 살리는 말들, 수많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언어들을 사유한다.
1부 ‘사이의 명도’에서는 우리 사이를 채우는 언어를 읽어나간다. ‘믿는다’는 말이 주는 부담스러운 진심을, ‘하지 않은 말’이 지켜주는 관계를 바라보는 식이다. 2부 ‘마음의 날씨’는 오로지 마음으로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은 말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말, 그 언어를 제대로 이해할 때 관계의 역학은 달라진다고. 3부 ‘식물의 빛깔’에서는 식물의 언어에 감각을 열어둔다. 마지막으로 4부 ‘글의 채도’에는 자신만의 언어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왜 시인은 언어의 세계에서 글을 시작했을까. 그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언어의 연금술사’다. 수십만 수백만 개의 말들 중 고작 몇 개의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므로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곧 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도, 또 내가 알고 싶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각자의 언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시인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실패한 사랑들은 상대방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제일 먼저 그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은어는 이방인의 세계에 들어가는 비밀 코드다. (…) 둘만의 사적인 은어를 밀어(密語)라고 한다. 은어를 직역할 수준이 됐을 때, 드디어 우리는 속삭일 수 있게 된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도 몇 마디의 짧은 밀어로도 사랑의 본질에 닿을 수 있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시인은 마음의 사이를 잇는 언어를 찾기 위해, 사랑의 본질에 닿기 위해 상대방의 언어를 온 마음으로 들어보자고 말한다. 기계적인 사랑과 보살핌 대신에 “오늘 기분이 어때요?”라는 은근한 배려의 물음과 상대의 말을 헤아리는 노력이 우리 사이를 채워줄 것이라는 말이다.
사는 동안, 어떤 언어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누구의 말에 밑줄을 그으며 ‘우리’라는 순간을 써나갈 것인가. 시인은 언어가 머무는 정거장에서 차분히, 다정한 언어로 말을 건넨다. 그렇게 언어로 이룬 관계에 대한 에세이는 우리가 어떤 언어로 각자의 삶을 살아낼 것인지, 어떻게 커다란 사랑의 우주를 지켜낼 것인지 그 길을 비춰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