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착하고 쿨한 사람인 척은 그만,
이제 관계에도 편집이 필요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에게 중요한 문제는 간단하게 무시해버리고는 “내가 뭐?”를 시전하는, 세상 편한 사람들. 여기서 불편해지는 건 대개 착하고 소심한 사람들이다. 할 말 따박따박 하면서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들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그럴 용기는 없어서, 욕 먹기 두려워서, 모질게 맺고 끊지를 못해서 혼자 떠안는다. 그런 그들에게 주변에서는 말한다. “이해해, 알고 보면 좋은 애야.” “그래도, 친해지면 괜찮은 애야.” 왜 상처를 준 쪽은 늘 어디론가 사라지고, 참고 알아가야 하는 노력은 매번 상처받은 쪽의 몫으로 남는 걸까.
본업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온라인에서는 ‘솜숨씀’이라는 부캐로 활동하며 관계에 대한 재기발랄한 글로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저자. 스스로에 대해 ‘별로 착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늘 착하면서도 쿨한 사람이 되려는 엉뚱한 노력을 해왔다. 아흔아홉 번 못해주다 한 번 잘해주는 사람에게 감동받아서 관계를 유지했고, 거절당하고 상처받을까 봐 작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양 평소부터 스스로를 포장해온 것.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진짜 모습은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자신만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을 다듬을 때 따르는 편집 규칙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관계를 정리하는 데도 룰이 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 있어 더하거나 빼거나 혹은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들, 지금껏 관계를 하나씩 편집해가며 세워둔 그만의 원칙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 나누고자 한다. 때로는 독하게, 때로는 다정한 어투로 나에게 편안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설파하며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솜숨씀 작가로부터, 뺄 건 쳐내고 둘 건 두는 인간관계 편집의 기술과 태도를 읽어내보자.
목차
프롤로그 004
앞에서는 빨대를 꽂겠다며 다가오고
뒤에서는 비수를 꽂으려고 쫓아오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
- 싫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은 이제 됐어요 017
호구력 만렙 023
일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 030
울 자리마저 없어서 035
“좋은 게 좋은 거지”는 너나 좋은 거지 041
첫 단추보다 중요한 것 047
뒤처지는 꼰대는 거릅니다 053
오래될수록 좋은 친구라는 판타지 060
어떻게 회사를 사랑할 수가 있어요? 067
악의와 선의 073
행복을 주는 건 인맥이 아니라 치맥 077
비혼주의자는 아닙니다만 084
좋아하는 마음은 미루지 않기 089
+ 나에게 괜찮은 선에서
가늘고 길게 버티는 마음 097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04
좋아하는 일을 하든가, 잘하는 일을 좋아하든가 109
정성을 들여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118
진짜 홈런은 무조건 롱런 122
백업은 필수 126
화를 ‘잘’ 내는 능력 131
초능력 대신 초록력 138
나의 버럭 리스트 146
일하는 사람의 페르소나 151
정교한 제품일수록 유연하다 156
단단함은 디테일이 만든다 162
이 언니들의 조언은 찐이야! 167
월요일에는 빵을 먹는 것이 좋다 173
o 어쩌면 나를 견디는 일
사회적 혼자 두기 181
하루의 손익계산서 188
매일매일이 오디션일지라도 193
산책을 기다리는 마음 197
세상에서 가장 난처한 스포츠 204
오늘도 다시 출근할 용기 209
비상 연락망 214
노오력도 요령껏 220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27
엄마, 다음에는 내 딸로 태어날래? 233
마음의 오류에 대처하는 법 237
우리에게는 다음이 있어 243
할머니와 살았던 1년 6개월 250
에필로그 256
나라는 사람의 레이아웃
저자
솜숨씀 (지은이)
출판사리뷰
호박도 고구마도 아닌
호구마처럼 애매한 당신과 나
외로운 것은 싫지만 피곤한 것도 싫다. 맺고 끊기 산뜻한 관계를 선호하지만, SNS는 답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관계를 이유로 퇴사도 하는 한편, 취향과 목적이 맞는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남들이 웃을 때 웃고 싶지만 나를 잃고 싶지도 않다.
본업은 출판사 편집자, ‘부캐’는 작가 솜숨씀. 사이다처럼 톡톡 튀는 감성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써내려간 글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 “안 봤으면 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읽었어요.”, “마음이 치료되는 것 같아요.” 등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그이지만, 여전히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일 땐 눈물부터 나오는 소심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고, 그들을 실망시킬까 봐 노심초사하며 자란 K-장녀이기도 하다. 누구도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아빠와, 맨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엄마를 반반씩 닮아 사람을 쉽게 믿고 또 쉽게 의심해왔다. 어설프게 착한 주제에 어설프게 못되기까지 한, 호박도 고구마도 아닌 정체불명의 호구마처럼 애매한 인간. 그러나 사람에 대한 콩깍지도 조금씩 벗겨지고 이리저리 치인 끝에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는 걸 겨우 알게 된 30대, 비로소 인간관계 편집의 필요성이 보였다. 슬프지만 시간도 체력도 점점 떨어져가는 현실이 일깨워준 진리다.
“이제는 그냥 좋은 사람이 좋다.
차고 넘치는 게 시간과 체력이던 20대 때와는 달리
무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 걸 알아내기 위해 쏟아부을 에너지가 이제는 아깝다.” (_본문 중에서)
타인을 위한 엉뚱한 노력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느슨한 연대’가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로 꼽혀 온 것은 꽤 오래 전부터지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찾아온 코로나19는 그 변화를 더욱 앞당겨버렸다. 새로운 삶의 기준은 인간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적당한 거리 두기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또 우리는 좋은 사람들, 편한 사람들,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관계에 일희일비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깨닫기 시작한 저자 역시 의미 없는 데 힘 쏟던 지난날에 안녕을 고하기로 했다. 편집이란 좋은 것을 골라내는 일. 무엇을 쳐내고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그대로 둘지 결정하는 과정은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책에서 그는 ‘나에게 편안한 관계 편집’의 여러 원칙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장에서는 진정 원하는 관계를 위해 빼거나 버리거나 벗어나야 마땅한 것들, 두 번째 장에서는 반대로 아무리 더해도 부족하지 않은 태도는 무엇인지 써내려간다. 웃고 싶지 않을 땐 단호하게 웃지 않으며, 알고 보면 좋은 사람 따위를 알아가는 데 시간과 돈을 쓰지 말고, 이를테면 명상이나 산책 같은 중요한 시간을 늘릴 것. 세 번째 장에서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관계에 집중해본다. 이에 더해 내가 온전한 나일 수 있는 삶을 고민하며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일상 속 즐거움을 깨알같이 공유한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가장 덜 받은 연령층은 바로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관계에 있어 선택과 집중하기를 이미 알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삼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던 걸까.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내가 확실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것이 사람이든, 취향이든, 일이든.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선택하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닌 아홉 가지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편들은 고요히 감내하고 책임진다. 나를 적당히 거부하고 적당히 받아들이며 산다.
그건 어쩌면 나를 견디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_본문 중에서)
좋은 사람만 만날 시간도
이제는 부족하니까
오직 자신만 옳아서 온 주변을 훈계하고 다니는 사람들, 좋은 일에는 은근슬쩍 비꼬고 나쁜 일에는 좋은 사람인 척 위로하는 사람들, 우아하고 지적인 언어로 다른 목소리를 졸지에 짓누르는 사람들… 후배 울리는 게 자랑이었던 대학교 선배부터 연봉 1600만 원을 13개월로 나누던 첫 직장, 고개만 들어도 도처에 널린 무례한 ‘쁘띠 갑’들은 또 어떤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란 말로 애써 변호해주다 보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어째서 그들을 못 잃어 안달하고, 왜 그토록 ‘인싸’가 되지 못해 애를 썼던가.
관계로 인한 소모적인 감정 낭비를 반복한 적 있는 이들이라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키지 않는 만남을 이어간 데 낭비했던 본전이 떠오를 것이다. 마흔 편의 글 속에는 자신이 무례한지 모르는 이들이 무례한 행동을 할 때마다 ‘버럭’하는 나만의 버럭 리스트 만들기, 베풀 수 있는 친절의 최대 횟수를 설정한 ‘사회성 쿠폰’을 만들어 자신에게 선물하는 등의 소소하고 유용한 팁이 가득하다. 직접 그린 따뜻하고 위트 있는 일러스트 또한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
내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경험은 스스로를 단단하게 한다. 어떤 관계가 중요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나를 무너뜨릴 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우리는 충분히,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능수능란하지는 못해도, 이 책과 함께라면 그 편집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이들 역시 더 이상 솔직한 척 무례한 사람들에 자신을 맞추다 상처받고 울지 않기를 바란다.
“아아, 내일도 나는 변함없이 일희일비하며 아흔아홉 번 잘해주고 있을 테지. 하지만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한 번 실수하더라도 아흔아홉 번 잘해주는, 그런 다정한 사람이 나는 좋으니까.” (_본문 중에서)
타의에 의한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한 내가 되어보면 진정 원하는 바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내가 설 영역을 찾는 일은 결국 삶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오롯한 개인으로 돌아가 각자의 영역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단단히 쌓아야 하는 요즘. 어쩌면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관계를 새로 쓰는 법을 배워가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