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정에서는 무슨 맛이 날까요?
새로운 감각을 열어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고래는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기다렸어요. 언젠가 찾아올 소중한 친구를요.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어요. 그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거든요.”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평화롭게 유영하는 고래 한 마리가 보입니다. 하늘의 변화를 보아하니 어두운 밤과 푸른 새벽을 지나 아침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꽤 오랜 기다림을 견뎠음에도 고래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합니다. 오히려 기쁨에 말갛게 빛나지요.
언젠가 나타날 친구를 기다리던 고래는 모든 감각을 열어 우정을 그립니다. 반짝이는 바다 위로 붉게 내려 앉은 노을을 보면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우정일까?” 생각하고, 온 몸을 감싸는 햇살에 잠시 기대서는 “이렇게 따뜻한 것이 우정이겠지.” 상상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구름 한 조각이 여행을 제안하자 “친구란 이렇게 함께하는 거지!” 하며 즐거워합니다.
고래의 자문자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게 우정일까?” “그래, 우정은 이런 거야.” 하면서. 그리고 이 즐거운 상상은 실제로 친구를 만난 뒤 더욱 확연해지지요. 함께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세상의 소리를 듣고, 떨어지는 눈송이를 맛보는 시간은 어쩐지 추상적이었던 우정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됩니다. 이처럼 『파란 고래』는 시각과 촉각, 청각과 미각을 모두 자극합니다. 덕분에 독자는 우정이 어떤 것일지,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느껴볼 수 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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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베스 페리 (지은이), 리사 먼도프 (그림), 홍연미 (옮긴이)
출판사리뷰
잠시 호흡을 골라 조심스레 마음을 여는 순간,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됩니다
〈파란 고래〉의 첫 장면을 보자. 이 그림책은 다름 아닌 ‘기다림’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다. 그 주변에는 기다림을 기대함으로 바꾸어 주는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내려 앉는 노을도, 따스하게 일렁이는 햇살도, 어느 순간 머리 위로 찾아 온 분홍빛 작은 구름도. 덕분에 고래는 진득하게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고래의 눈앞에 펭귄 세 마리가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단박에 달려가 “우리 친구하자!” 손을 내밀 만도 하건만, 놀랍게도 고래는 호흡을 한 박자 쉬어 간다. 펭귄의 상황을 먼저 살피고, 조심스레 다가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펭귄 또한 같은 방식으로 고래에게 손을 내민다. 서로를 향한 배려가 맞닿는 순간, 이들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사실 관계라는 것이 그렇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기다림에서 비롯된다. 작은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시간, 조심스레 마음을 여는 시간, 서로를 살피며 잠시 호흡을 고르는 시간. 그 모든 시간은 지난한 기다림의 과정일 터다. 물론 〈파란 고래〉는 관계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우정이 무엇인지, 한 줄로 명시하여 정의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그 기다림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우정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건 분명, 오래도록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답니다.” 라는 마지막 문장과 함께 보이는 모두의 행복한 표정, 이것이 모든 대답을 갈음한다.
우정에서는 무슨 맛이 날까요?
새로운 감각을 열어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언젠가 나타날 친구를 기다리던 고래는 모든 감각을 열어 우정을 그린다. 반짝이는 바다 위로 붉게 내려 앉은 노을을 보면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우정일까?” 생각하고, 온 몸을 감싸는 햇살에 잠시 기대서는 “이렇게 따뜻한 것이 우정이겠지.” 상상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구름 한 조각이 여행을 제안하자 “친구란 이렇게 함께하는 거지!” 하며 즐거워한다.
고래의 자문자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이런 게 우정일까?” “그래, 우정은 이런 거야.” 하면서. 그리고 이 즐거운 상상은 실제로 친구를 만난 뒤 더욱 확연해진다. 함께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세상의 소리를 듣고, 떨어지는 눈송이를 맛보는 시간은 어쩐지 추상적이었던 우정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된다. 이처럼 〈파란 고래〉는 시각과 촉각, 청각과 미각을 모두 자극한다. 덕분에 독자는 우정이 어떤 것일지,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느껴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감각은 실제로 경험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직접 느끼지 못한다면, 실제로 느꼈던 감각을 활용한 비유가 더욱 효과적일 터다. “우정은 따뜻한 거야.” 보다는, “우정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에, 등 뒤에서 느껴지는 햇살 같은 거야.”가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것도 동일한 이치이다. 더없이 감각적인 그림책으로, 추상적인 가치를 친근한 감각의 경험에 빗대어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문장으로 세심하게 빚어 내고, 색채로 섬세하게 그려 낸 예술 작품
〈파란 고래〉는 아름답다. 한 편의 시처럼 공들여 빚어 낸 문장도,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터치로 반짝이는 그림도, 오랜 기다림 끝에 친구를 만나게 되는 스토리도,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오묘하고 영롱한 색감도, 모든 것이 더없이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스 페리와 주목 받는 신인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먼돌프가 만들어 낸 멋진 화음이다.
글 작가 베스 페리는 ’우정’과 ‘친구’라는 주제에 아주 탁월한 작가다. 그녀는 미국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전작 〈Stick and Stone〉에서처럼,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자칫 교훈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이야기 곳곳에 적절한 유머를 배치하고,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녹이는 작업도 잊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 리사 먼돌프는 최근 다양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다. 〈파란 고래〉에서도 분홍빛 구름, 금빛이 감도는 바다, 층층이 쌓인 파스텔톤의 하늘 등 틀에 박힌 색감에서 벗어난 과감한 색 선택으로 페이지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감각적인 문장에 꼭 맞는, 몽환적이고도 독특한 화풍을 보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 아이 뿐 아니라 성인 독자까지 함께 보는 그림책으로, 어느 순간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았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펼쳐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예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