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더 넓은 세계, 더 깊은 고민을 만나게 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
늘어난 수상작의 수만큼 전보다 더 치열한 심사를 거쳤던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그렇게 선발된 단편 우수작 다섯 편을 모은 『나와 제이』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전보다 많은 작품을 소개하기에 그만큼 다양한 색깔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작들은 조금 더 특별하다. 그중에는 얼핏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긴 여운과 진지한 고민을 던져 주는 작품도 많다.
친구 문제와 같은 일상적인 고민을 통해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여 가는 과정을 그린 『나와 제이』, 틱 장애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 마음속 불안과 아픔을 밀도 있게 다룬 『안녕, 크로롱별 친구』, 단순한 친구 문제를 넘어서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묻는 『문 열지 말걸』, 낯선 문체와 서술을 통해 남북통일 문제를 환기시키는 『안녕, 토끼나무』, 공포 동화의 잔혹함을 빌어 아동 폭력 문제라는 시사적 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낸 『소리를 삼킨 벽』까지, 이처럼 다섯 편의 작품은 개인의 문제부터 국가의 문제까지 정말로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이런 주제들은 아이들의 일상과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낯선 고민을 안겨 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 점점 집과 학교 또는 학원으로 한정되고 있는 요즈음, 이 책은 아이들의 생각을 사회나 국가, 미래 등 보다 넓은 문제로 뻗어 나가게 해 줄 것이다.
목차
나와 제이
안녕, 크로롱별 친구
문 열지 말걸
안녕, 토끼나무
소리를 삼킨 벽
수상 소감
저자
최유래, 이미정, 최빛나, 유혜진, 한혜선 (지은이), 서인선 (그림)
출판사리뷰
또 다른 나, 부족한 나와의 화해 『나와 제이』
아이들의 생활과 SF 장르를 조합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 여운이 남는 수작이다. - 심사평 중에서
『나와 제이』는 가까운 미래에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다툼과 화해,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해 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미래이지만 이야기 속 아이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친구, 관계, 소외……. 그런 일상적인 고민과 SF 장르가 만나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찾아볼 수 없는 감동을 전해 준다.
작품 속에서 ‘제이’는 주인공인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겉돌고, 그런 ‘나’를 반 아이들이 부르는 별명이 ‘제이’이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을 ‘제이’라고 부르며 자기들끼리 무언가 속닥거리고, 심지어 ‘나’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이안이마저 무언가를 숨기며 ‘나’를 따돌리자 감정이 폭발하여 화를 내고는 학교 수업에 나가지 않게 된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 ‘나’의 오해였지만 말이다.
‘나’가 진짜로 괴로웠던 것은 무엇일까? 단지 따돌려진다는 것뿐이었을까? 어쩌면 ‘나’가 진짜로 힘들었던 건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조차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그 상태로 주저앉지 않고 이안이와 화해함으로써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끌어안게 된다. 이안이 다녀간 뒤 내 안에서 무언가 나를 깨웠다는 ‘나’의 마지막 말은 깊은 여운을 주며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준다면 『안녕, 크로롱별 친구』
아이의 틱 장애를 장수풍뎅이와의 교감으로 나타낸 작품으로, 둘의 따뜻한 교감이 인상적이다. - 심사평 중에서
『안녕, 크로롱별 친구』는 아이가 겪는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틱 장애’에 투영해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해서 몸의 일부를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 장애의 주된 원인은 마음속 불안이다. 주인공 아이는 바쁜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크로롱’ 소리가 튀어나오는 틱 증상이 생긴다. 소리가 반복될수록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음을 닫아 간다. 그런 아이에게 힘이 되어 준 건 장수풍뎅이와의 대화이다. ‘크로롱’ 소리가 크로롱별에서 온 장수풍뎅이의 언어라고 여긴 아이의 상상일 뿐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누군가 이해해 준다는 데서 아이는 위안을 얻는다.
이 아이처럼 마음속 고민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부모가 모두 일에 바빠 아이들의 말을 들어 줄 시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고민하며 마음을 닫아 가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이다.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은 비록 상상 속 친구일지라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불안을 이겨 가는 아이를 통해 작은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문 열지 말걸』
SF 장르의 장점과 반전의 묘미를 살려 친구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 심사평 중에서
『문 열지 말걸』은 SF 동화이며, ‘친구 관계’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나와 제이』와 유사하지만, 친구 사이의 갈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친구의 의미를 물으며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는 ‘로봇 친구’가 나오는데, 자신들을 사람으로 착각하는 심각한 오류가 생겨 사용이 금지된다. 아이는 이를 알고도 로봇 친구와 어울려 놀고서는, 로봇 사냥꾼이 찾아오자 당장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까만 걱정하며, 로봇 친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현대에 이르러 경쟁이 가열되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늘었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차 단절되어 가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그런 경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그렇게 변해 가는 사회의 무서운 단면을 포착하고, 친구나 우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잊어 가는 세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남한 아저씨와 북한 아이의 서툴지만 따뜻한 우정 『안녕, 토끼나무』
남북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환기시킨 실험적인 작품으로, 낯선 서술 방식으로 외려 주목도를 높였다. - 심사평 중에서
『안녕, 토끼나무』는 남한 아저씨와 북한 아이의 우정을 잔잔하게 묘사하면서도, 낯선 문체와 서술로 남북 사이의 긴장감을 표현해 낸 실험적인 작품이다. 남한에서 개성 공간으로 물품을 나르는 트럭 운전사 아저씨와 북한 아이, 두 사람은 서로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보통 친구 사이의 우정과 달리, 어딘지 서툴고 어색하다. 그건 바로 남한과 북한이 오랫동안 분단되어 있었고, 둘 사이에 여전히 긴장감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럭 운전사 아저씨는 아이가 곤란에 처했을 때 선뜻 도와주지 못하고 북한 사람들 눈치를 살핀다. 또, 개성공단에 물품을 나르는 일이 끝나게 되었을 때 아이를 찾아가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6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남과 북은 점점 낯선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아직도 마음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작품 속에서 작별의 순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말없이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안타까운 감동을 주며, 언젠가 남과 북이 화해에 이르기를 소망하게 한다. 작가의 바람처럼 말이다.
아동 폭력 문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호러 동화 『소리를 삼킨 벽』
‘아동 폭력’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 공포물로, 시사적인 주제를 동화로 끌어온 작가의 의식이 돋보인다. - 심사평 중에서
『소리를 삼킨 벽』은 아동 폭력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 동화로, 폭력이 가진 잔혹성을 호러 동화의 오싹한 분위기로 나타내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별거로 아빠와 함께 새 집으로 이사를 오는데, 그날 밤 자다가 벽에서 나는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울음소리를 들은 아이는 이웃에 학대를 당하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아빠와 함께 소리의 주인을 찾다가 소리가 자신의 방 벽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전 그 집에 살던 아이가 부모에게 맞아 세상을 떠났는데, 그 울음소리를 벽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에게도 이웃에게도 외면당한 채 쓸쓸히 떠나간 아이, 주인공 아이가 그 울음소리를 듣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부모의 별거로 쓸쓸해하던 주인공 아이도 어쩌면 아동 폭력의 피해자였기에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부모에게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에게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아동 폭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