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시대의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중앙장편문학상이 일곱 번째 수상작을 내놓는다.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담배를 든 루스》는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보편성의 세계에서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려내고 그게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이순원)”, “무엇도 기대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춘이 내지르는 숨죽인 비명과 축축한 호흡이 닿았음이 분명하다(김별아)”라는 평을 얻었다. 등단 한 해 만에 신춘문예, 중앙장편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쥔 신예 소설가 이지는 독창적 캐릭터와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삶의 무기라고는 질긴 생활력과 잡다한 알바 경력이 전부인 스물셋의 ‘나’가 ‘날씨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N포 세대 혹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고유명사를 거부하고, 주류 사회에서 철저하게 주변화된 청춘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 리즈, 리타, 유키 혹은
2부. 실례합니다
3부. 예술 하는 습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주석
저자
이지
출판사리뷰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등단 한 해 만에 굴지의 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쥔 신인 이지의 첫 장편 데뷔작!
“보편성의 세계에서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려내고 그게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_이순원(소설가)
“유연하고 나른하게, 이미 모순이 넘치는 세상에 긴 담배 연기를 내뿜는 듯한 작품이다.” _강유정(문학평론가)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중앙역》등 동시대의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중앙장편문학상이 일곱 번째 수상작을 내놓는다.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담배를 든 루스》는 “보편성의 세계에서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려내고 그게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이순원)”, “무엇도 기대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춘이 내지르는 숨죽인 비명과 축축한 호흡이 닿았음이 분명하다(김별아)”, “유연하고 나른하게, 이미 모순이 넘치는 세상에 긴 담배 연기를 내뿜는 듯한 작품이다(강유정)”라는 평으로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신예 소설가 이지는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룩, 주머니, 수염〉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좋은 의미에서 하루키적 경묘함을 내장한 단편”이라는 찬사를 들은 그녀는 뒤이어 장편 〈담배를 들고 있는 루스 3〉으로 중앙장편문학상까지 수상하며, 등단 한 해 만에 굴지의 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쥐었다. 이름 없이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독창적 캐릭터, 툭툭 교차되는 대화 속에 가득 찬 에너지, 그 힘과 평행선을 이루며 연민을 함축시킨 내러티브.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펼치고자 하는 청춘들의 둔중한 슬픔과 맞닿으며 우리 시대가 지닌 모순을 유쾌하게 비튼다.
이태원 우사단로에서 펼쳐지는 돈 없고 백 없는 스물셋 인생의 경쾌한 일상 해체!
자기 위로를 통해 성장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새로운 자화상
삶의 무기라고는 질긴 생활력과 잡다한 알바 경력이 전부인 스물셋의 ‘나’. 아무리 일을 해도 늘 쪼들리는 생활비 때문에 대학은 휴학하고 의미 없는 나날을 살아간다. 능력으로 보나 집안으로 보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했던 절친 ‘런더너’는 ‘더 이상 자판기 같은 존재를 거부’한다며 절교를 선언하고 런던으로 떠나갔다. 가족도 없는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희고 뚱뚱한 베개뿐이지만 그마저도 홀연히 사라진다. 잃어버린 베개를 찾아 헤매는 도중 나는 ‘날씨연구소’라는 정체불명 바의 구인공고를 보게 된다. 말장난 같은 면접을 거쳐 날씨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나는 진짜 이름 대신 ‘리즈’, ‘아리’ 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나를 ‘유키’라 부르며 아껴주던 일본인 손님 요키 상이 ‘실례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돌연 생을 마감한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의 주변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은 급변한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가족처럼 의지했던 ‘순수언니’, 예술 하는 방법은 일깨워줬지만 고단한 현실은 외면했던 유부남 ‘감독’, 생명은 주었으나 사랑은 주지 않았던 ‘어머니’……. 진실 같은 거짓과 거짓 같은 진실이 소용돌이치는 현실 속에서 나의 삶은 뒤엉켜버린다.
알바와 스펙의 정글에서 서바이벌처럼 살고 있지만 스스로 ‘제3의 종’이 되기를 선택한 주인공. ‘날씨를 담은 음료’로 감정을 대신하는 장소 ‘날씨연구소’와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지탱해주는 인물들. 그 어느 곳에서도 격한 환영을 받지 못할 이들을 날씨연구소는 평등하게 끌어안아준다. 마치 비 오는 날 우산 속에 놓인 이들에게 위아래가 없는 것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내 인생을 스쳐지나갔던 이야기 한 편으로 다가오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 엄마라는 굴레를 억지로 벗어나, 세상이라는 껍질 안에서 어떠한 위험에 대한 경고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견뎌야 하는 ‘청춘’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바로 그렇다. 잘나지 않은 삶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는 이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가 눈에 보이는 시기. 그 무거운 슬픔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를 사랑함과 동시에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찾는 과정임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함께 보낸 나날의 날씨와 그로 인해 만들어진 몸과 마음 안팎을 어루만지는 일임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나는 퇴행할 테니 당신은 미래를 지향하세요”
일상을 뒤트는 유쾌한 내러티브 속에 펼쳐지는 청춘이라는 둔중한 현실
바늘구멍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생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N포 세대’라는 신조어를 붙이고, 날 때부터 선택되지 않아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스펙 쌓기에 몸을 던져야 하는 스스로를 빗대 거리낌 없이 ‘흙수저’라고 부르는 세상. 이 소설은 이렇게 ‘웃픈’ 현실을 보기 좋게 비틀며 이 시대 청춘들에게 강요되는 고유명사를 거부하고, 주류 사회에서 철저하게 주변화된 청춘의 삶을 들여다본다.
“펼쳐진 페이지에는 얼굴을 알 수 없는 실루엣만 남은 여인이 담배를 들고 있었다. 〈담배를 든 루스〉. 루스는 에이미이거나 로자여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루스는 담배를 꺼내 들었다. 피우고 싶다, 피우고 싶지 않다. 피워도 된다, 피우면 안 된다. 이것은 담배가 아니다. 루스는 사서다. 루스는 은행원이다.” -본문 중에서
‘어느 학교?’, ‘부모 직업은?’, ‘잘하는 건 뭐야?’로 자기소개가 가능한 현실을 비꼬는 듯 작품에서는 별명이나 가명만 존재할 뿐, 본명을 지닌 사람들이 없다. ‘루스’, ‘유키’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주인공과 ‘다다’, ‘순수언니’, ‘예비감독’ 등으로 불리는 주위 인물들. 자기 정체성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 수단인 이름을 거부하고 ‘본명 부재’라는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는 주체가 아닌, 시대와 사회가 주는 역할을 연기하는 객체로 살아가야 하는 청춘의 현실 그 자체이다.
주인공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청춘’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루어진 ‘희망적 의미 담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경쾌하게 현실을 비트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번에는 망했으니, 그런 건 다음에 생각해봐야겠다.”, “나는 퇴행할 테니 당신을 미래를 지향하세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주어진 모순을 인식하면서도, 성공 아니면 실패로 귀결되는 뻔한 선택지 외에 분명 자신에게 맞는 정답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유연하고도 나른하게, 공감의 언어로 그들이 갖고 있는 둔중한 고민에 다가가는 《담배를 든 루스》는, 그렇기에 더욱 슬프면서도 산뜻하고, 산뜻하면서도 슬픈 울림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