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는 처음 부분은 상투적인 도입부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바로 사건이 전개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다. 묘사글이나 서술글에서 불필요한 문장은 생략하고, 어떤 부분은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또 어떤 부분은 대화로 바꿔 구성했다. 캐릭터의 개성을 한껏 살린 일러스트를 통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글을 읽으면서 일러스트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도록 배치하여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목차
1부 들어가는 이야기
귀신이 나타났다 13
2부 장화와 홍련의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 22
새어머니 26
새장에 갇힌 새처럼 31
새로운 희망 39
쥐 한 마리가 44
한밤중에 끌려 나와 53
검은 연못 속으로 61
언니야 언니야. 우리 언니야. 68
3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을 풀다 82
장화 그리고 홍련 96
저자
방미진
출판사리뷰
우리나라 고전은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려운 옛날 말로 쓰여 있어서 어른들조차 읽기 힘든 책들도 있고, 각색을 하여 원래 고전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책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고전의 깊은 의미와 재미를 담아낸 책은 환영받아야 합니다. …
어린이들은 홍길동의 도술, 심청의 고난을 지켜보면서 게임이나 텔레비전이 던지지 못하는 위대한 질문과 마주하며,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과 생각하는 힘을 저절로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고소설학회 추천사 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고전
고전 읽기 열풍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만 해도 고전 문학 도서가 280종이 넘게 출간됐다. 이렇게 많은 책이 출간되어도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는 발상에 사로잡혀 고전을 해석하고 풀어낸 방식은 새로울 것 없이 천편일률적이다. ‘전’이라는 형식이 태어나던 그때 그대로, 내용이나 구성이 판박이처럼 복제되어 지금의 독자들은 새로운 고전 문학 시리즈가 출간되어도 더 이상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해 왔다. 고전에 담긴 가치는 퇴색되지 않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삶의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당연시되던 것들이 이제는 낯선 것이 되었다. 한문식 수사와 시 구절, 고어는 물론 옛날에 쓰던 생활도구까지 등 어른들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다. 하물며 어린 독자들에게 원전을 그대로 전하는 게 옳은 일일까? 또, 제대로 된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논술 시험 대비 도서, 서술형 평가를 위한 도서로 권장되면서 ‘공부’라는 이름으로 다가가기까지 하니 어떻게 고전을 좋아할 수 있을까. 고전의 참된 가치를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고전의 원문을 최대한 가깝게 읽으라고 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치를 파악할 수 있겠는가.
이천 년 전, 공자도 동양 고전의 으뜸으로 꼽히는 《서경》, 《시경》, 《역경》을 편찬할 당시,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번잡한 것을 정리하는 과감한 태도를 취했다. 《시경》의 경우, 본래 3,000여 편으로 전해지던 것을 305편으로 간추렸다. 옛 성현조차 고전을 재화하는 데 있어 당시의 시대를 고려해서 취사선택하는 과감함을 보인 것이다.
『재미만만 우리 고전』시리즈는 기존 아이들을 위한 고전 시리즈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러나 ‘진정 고전다운’ 고전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아이들은 이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고전이 가진 참된 가치 또한 저절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현대의 화법으로 과감하게 다시 쓰다
고전은 대부분의 작품이 “옛날 어느 지역에 무슨 성을 가진 아무개가 살았는데…….”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전의 전개 양상은 한결같다. 거기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중국 고전에서 따온 인용구에, 두 쪽이 넘어가는 긴 사설과 대사들이 이어진다. 진부하고 난해한 고전 특유의 화법이 아이들을 고전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예스러운 화법을 유지한 채, 읽기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재미만만 우리 고전’은 ‘100년 전 이야기 방식과 똑같아야 고전다운 것’이라는 틀을 깨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화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아이들이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는 처음 부분은 상투적인 도입부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바로 사건이 전개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다. 하지만 도입에 나오는 주인공에 관한 소개와 배경이 책 내용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의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짧게 이어지는 서술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정보들을 읽어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길고 장황하게 이어지는 묘사글이나 서술글에서 불필요한 문장은 생략하고, 어떤 부분은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또 어떤 부분은 대화로 바꿔 구성했다. 또한 긴 대화는 두 사람이 짧은 대화로 주고받는 것으로 바꾸어서 전체적으로 글의 호흡을 짧게 다듬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 더 쉽고 속도감 있게 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 작품 선정에서 집필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많은 독자들이 고전 읽기를 즐길 수 있으려면 처음 접할 때부터 고전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어린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들로 가득한 고전, 또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작품 선정에서 제외하었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 또는 수능에 출제된 필독 고전이라 해도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구운몽이나 이팔청춘이 나누는 뜨거운 사랑 이야기인 춘향전 같은 작품은 사실 고전 중에서도 필독서로 꼽히기는 하지만 과감히 제외시켰다. 하지만 서사 구조가 뚜렷하고 문학성이 뛰어나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시켜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은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김원전, 적성의전 같은 작품들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작품을 선정한 뒤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동화의 형식과 화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동화 작가들이 작품을 집필하였다. 이들은 작품을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개성을 불어넣어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보탰다.
김남중 작가는 서얼로 차별받던 홍길동이 세운 나라에 힘을 실은 홍길동전을 썼고, 이용포 작가는 서사무가 ‘강림도령’의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여 강림이 사건을 해결하고 염라왕의 심부름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강림도령을 써 냈다. 이밖에도 동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기정, 최나미, 김회경, 송언 작가가 참여하여 시리즈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 전문가들의 치밀한 감수를 거쳐 고전이 지닌 가치는 그대로!
고전에 새로운 형식을 과감하게 도입하면서도, 오랫동안 고전에 담겨 온 가치가 온전하게 담길 수 있도록 고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감수 위원이 작품의 선정에서부터 판본의 선별, 시대 고증뿐만 아니라 원전의 해석과 집필한 원고의 검토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에 두루 참여하였다.
기획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적합한 원고들을 짚어 주고, 집필의 기준으로 삼을 판본과 참고할 만한 이본들을 선정했고, 집필 과정에서 판본의 내용을 잘못 해석하거나 왜곡시키지 않았는지 엄격하게 검토하였다. 이처럼 정교한 감수를 거쳐 고전이 가진 본연의 가치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는 살린 새로운 고전이 탄생할 수 있었다.
□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일러스트, 가독성을 고려한 디자인
고전 읽기에 장애가 되는 것이 비단 글만은 아니다. ‘고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누렇게 빛바랜 종이에 실로 꿰어진 크고 두꺼운 책이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책들이 외양에 있어서도 ‘고전다움’을 고집해 왔다. 고전이라는 분위기에 맞춰 제목을 세로로 적은 책들도 적지 않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고 고전의 ‘오래된’ 분위기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는 아이들이 쉽게 집고 읽을 수 있도록 판형을 한 손 크기로 줄여 책을 들고 읽을 때,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고 잡기도 편하도록 배려하였다. 아이들도 쉽게 읽어 내릴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고,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행과 행 사이의 간격도 넉넉하게 두었다.
캐릭터의 개성을 한껏 살린 일러스트를 통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글을 읽으면서 일러스트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도록 배치하여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재미 쏙쏙! 지식 쑥쑥! 더 알아볼까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에는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고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딱딱한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이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 또는 고전에 담긴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자 하는 부모들을 위해 고전 작품 해설을 삽지 형식으로 넣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원이자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치는 감수 위원들이 직접 해설을 쓰고 더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을 짚어 주어 원하는 독자들이 깊이 있는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전 문학이 가진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이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누군가 원님을 부르며 다가왔어요. 하얀 치맛자락, 헝클어진 머리, 파랗게 멍든 얼굴! 원님은 그 자리에서 딱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맞아요, 귀신이 나타난 거예요! 그런데 귀신은 이상하게도 눈물만 철철 흘리네요. 그 모습이 하도 슬퍼 보여, 원님은 두려움을 접고 귀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요. 홍련과 그의 언니 장화에게 닥친 기막힌 일을, 하나하나, 낱낱이…….
새어머니 허씨는 장화와 홍련을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남편 배 좌수가 전 부인을 그리워하는 것도 눈꼴시어 못 보겠는데, 자꾸만 두 딸을 싸고도는 것 같잖아요. 그럴수록 허씨는 장화, 홍련을 구박했어요. 게다가 딸들이 시집갈 때 재산까지 떼어 줘야 한다는데,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허씨는 마침내 엄청난 일을 꾸몄어요. 시집도 안 간 처녀 장화가 아이를 가져 낙태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운 거예요. 그러고는 아무도 몰래 깊은 산속 연못으로 데려가는데……. 원님은 과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장화, 홍련의 누명을 풀어 주고, 뼛속까지 사무친 원한을 달래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