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빠,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영원히 볼 수 없나요?
올해도 우리 집 창가에 예쁘게 나팔꽃이 피었어요. 엄마는 나팔꽃 커튼이 생겼다며 좋아했어요. 나는 나팔꽃을 보자 할아버지가 떠올랐어요. 할아버지는 유난히 나팔꽃을 좋아하셨고, 누구보다 꽃을 잘 가꾸는 분이셨지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아빠의 눈물을 처음으로 보았어요. 그 순간 할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보다, 아빠의 옆모습이 할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궁금했어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던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실까?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실까? 구름이 되어 두둥실 떠다니실까?우리 집 거북 쭈쭈가 죽었을 때 할아버지는 말했어요.
“살아 있는 건 다 죽는 거야. 영원히 사는 건 없어.”
“죽는 건 싫어요. 다신 못 보잖아요.”
“죽는다고 영 못 보는 건 아냐. 보려고만 하면 언제든 볼 수 있지.”
그래요. 할아버지는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씨앗 하나에서 많은 꽃을 피워낸 창가에 핀 나팔꽃처럼, 그 꽃이 지고 나면 다시 단단한 씨앗을 맺고 다시금 꽃을 피우는 것처럼, 그렇게 나팔꽃은 늘 우리 곁에 있고, 그렇게 생명은 영원히 이어진다고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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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은미 (글), 한상언 (그림)
출판사리뷰
함께 피어 더 아름다운 꽃처럼
함께라서 더 행복한 우리 가족 이야기
우리 가족의 위대한 탄생!
아빠,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영원히 볼 수 없나요?
올해도 우리 집 창가에 예쁘게 나팔꽃이 피었어요. 엄마는 나팔꽃 커튼이 생겼다며 좋아했어요.
나는 나팔꽃을 보자 할아버지가 떠올랐어요. 할아버지는 유난히 나팔꽃을 좋아하셨고, 누구보다 꽃을 잘 가꾸는 분이셨지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아빠의 눈물을 처음으로 보았어요.
그 순간 할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보다, 아빠의 옆모습이 할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궁금했어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던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실까?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실까? 구름이 되어 두둥실 떠다니실까?
우리 집 거북 쭈쭈가 죽었을 때 할아버지는 말했어요.
“살아 있는 건 다 죽는 거야. 영원히 사는 건 없어.”
“죽는 건 싫어요. 다신 못 보잖아요.”
“죽는다고 영 못 보는 건 아냐. 보려고만 하면 언제든 볼 수 있지.”
그래요. 할아버지는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씨앗 하나에서 많은 꽃을 피워낸 창가에 핀 나팔꽃처럼, 그 꽃이 지고 나면 다시 단단한 씨앗을 맺고 다시금 꽃을 피우는 것처럼, 그렇게 나팔꽃은 늘 우리 곁에 있고, 그렇게 생명은 영원히 이어진다고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는지 아니?
어느 날 늘 함께 하던 가족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면?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다시 볼 수 없다면? 아니,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들은 그 빈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것만큼이나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죽음을 잠을 자는 것이나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주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해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천진난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내 옆에 가까운 누군가가 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느끼게 될 테지요. 작가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구상하며 느꼈던 그때의 솔직한 고민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년 전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자란 두 딸은 한동안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둘째는 어디선가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는 등, 전봇대 뒤에서 할아버지가 “까꿍!” 하며 나타날 것 같다는 등 엉뚱한 말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 생각다 못해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다룬 책들을 빌려왔다. 그렇게 여러 번 책을 빌려오고 읽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아이는 서서히 할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슬픔을 객관화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정말 무엇일까요? 내가 죽고 나면 나는 그냥 사라져 없어지는 걸까요?
가족의 탄생은 그 물음에 이렇게 화답합니다. 마치 나팔꽃이 피고 지고 나면 그 나팔꽃에서 씨앗이 자라고 그 씨앗이 다시 자라 꽃을 피우는 것처럼 생명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남아 있는 사람들로 죽은 사람들도 계속해서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부모님의 부모님 그 부모님까지 소개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생명을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지요. 가족이 없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고, 나 역시 그렇게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계속해서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놀라운 생명의 힘이지요.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만남, 그 이름은 바로 ‘가족’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출발점이 바로 가족이 되지요.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추억은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동생 하나하나 고유한 이름으로 만난 만남은 얼마만큼 대단한 인연인 걸까요? 수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조상 중에 한 사람이라도 인연이 어긋났더라면 지금 우리의 가족의 탄생이 가능했을까요?
그림책 작가 이성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힘들 때면 내게 DNA를 물려준 수많은 조상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명을 이어왔나를 생각한다. 동굴생활이나 움막생활, 전쟁, 대이동, 추위와 흉년에도 살아남아 생명을 전달한 사람들……. 특히 가까이 부모를 생각한다.
가족의 탄생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생명이 죽으면 단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손을 통해 그 생명의 끈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퍼즐에서 한 조각이 빠지면 완성될 수 없듯이, 지금 내가 존재하는 것도 가족이라는 퍼즐 속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한 조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지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분들 역시 사라지지 않고 나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요.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정확히 뭔지 몰라도 뭔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사랑 속에서 꽃처럼 피어난 소중한 ‘나’라는 것을.
무엇보다 이 책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전체 이야기를 고양이의 세계로 드라마틱하게 구성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친근하게 표현한 화가의 힘입니다.
특히, 거북 쭈쭈의 죽음을 슬퍼해 쭈쭈에게 쓴 편지나, 한 번 소개하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아메리카 인디언 자기소개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슬아슬한 결혼식과 엄마와 아빠의 가슴 졸이는 데이트 장면은 화가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표현들로, 보는 이로 하여금 배꼽 웃음과 짠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하고
엄마가 아빠를 만나 결혼하고
나를 낳은 것
이 모든 게 기적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