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름을 맞은 깜씨 사총사가 비밀의 장소인 상수리 나무 위에 올라 새로운 새끼 새들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한국 그림동화입니다. 깜씨 사총사는 이 작은 새끼 새들이 어떤 새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귀여웠어요. 그런데 다음날 새끼 새들이 어치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사총사들은 궁금해집니다. 왜 어치는 잡아 먹을 것도 아니면서 새끼 새들을 죽였을까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순환에 대해 우화적으로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잘 접해보지 못한 새의 이름과 모습을 그림과 함께 담아 생태와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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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미영 (글), 윤봉선 (그림), 김현태 (감수)
출판사리뷰
나무 타는 날다람쥐
깜씨 사총사의 붉은배새매 둥지 구경!
가만있어도 땀이 주르륵주르륵,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낮이에요.
하지만 깜씨 사총사는 김칫국에 뚝딱 밥 말아 먹고, 나무에 올라가요.
더울 땐 나무 위만큼 시원한 곳이 없거든요.
참매미 잡아서 배도 간질이고,
올망졸망 새끼 새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빼빼빼빼빼…….”
쉿! 어디서 새끼 새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새끼 새들아, 무슨 반찬 좋아하니?
옥수수를 찌듯, 푹푹 찌는 찜통더위예요. 이렇게 더운 날엔 깜씨 사총사가 냇가보다 더 좋아하는 비밀 장소가 있어요. 바로 나무 위예요. 어른들은 떨어지면 큰 일 난다고 뭐라 하지만, 나무 위에 올라가면 바람도 시원하고 가슴도 탁 트이고 하늘이 손끝에 닿을 듯, 구름 위에 둥실 오른 기분이거든요.
상수리나무에 저만치 위에 새 둥지가 있었어요. 새끼 새 세 마리였어요.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잠시 둥지를 비웠나 봐요. 어미가 있었다면 깜씨 사총사는 나무에 오르지도 못 했을 거예요. 새끼 새들을 해치러 오는 줄 알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부리로 엄청 쪼아 댔을 테니까요. 아직 새끼 새들이라서 무슨 새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조금 컸다면 눈동자 색이나 부리, 울음소리 같은 걸로 알아맞힐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솜털이 보송보송하니까요. 새끼 새들은 깜씨 사총사를 쳐다보며 우리 엄마는 어디 가고, 낯선 애들이 왔냐고 따지는 건지, 배고픈데 먹을 것 좀 없냐는 건지, 빽빽 울어 대기만 했어요. 깜씨 사총사는 새끼 새들의 까만 입속이 마냥 신기해요. 그리고 그 귀여운 입속에 맛있는 걸 넣어 주고 싶었어요.
깜씨 사총사는 마음이 급해졌어요.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 오기 전에 얼른 잡아다 먹어야 하니까요. 어미 새가 오면 새끼 새들을 더 볼 수가 없으니까요. 메뚜기, 여치, 거미, 개구리, 물고기…… 잡히는 대로 꼼짝 없이 새끼 새들 먹이가 될 지경이에요. 깜씨 사총사가 눈에 불을 켜고 풀밭을 뒤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는 맛도 좋고, 양도 많은 개구리겠지요?
“와, 새다!”
“진짜 귀엽다. 무슨 새지?”
새끼 새들은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울었어요.
“입속이 까매. 신기해.”
“배고파서 우나 봐. 우리가 먹이 잡아다 주자.”
연이가 신이 나서 말했어요.
-본문 16~17쪽-
어미 새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고, 가엽기도 해.
어치는 둥지에 몰래 와서 새끼 새들을 부리로 쪼아 댔어요. 어치는 다른 새들 울음소리도 잘 흉내 내니까 아마 새끼 새들도 처음에는 어미 새인 줄 알고 반갑게 울어 댔을 거예요. 깜씨 사총사가 다시 나무에 올랐을 때, 새끼 새들은 모두 죽어 있었어요. 어치는 새끼 새들을 잡아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모두 죽였을까요?
얼마 뒤, 배에 살구빛이 도는 붉은배새매가 날아왔어요. 덩치는 작지만 나는 맵시가 매처럼 빠르고 힘 있었어요. 새끼 새들은 붉은배새매 새끼들이었던 거예요.어미 붉은배새매는 바로 둥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어요. 불에 덴 듯, 나뭇가지 위를 옮겨 다니며 동동거렸어요. 한참을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하늘을 향해 울음을 내뱉었어요. 울음소리만으로도 어미 붉은배매새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와 닿았어요.
깜씨 사총사는 그제야 어렴풋이 알았어요. 어치가 왜 느닷없이 나타나 붉은배새매 새끼들을 죽였는지 말이에요. 어치와 붉은배새매는 가까이 둥지를 트는데, 다 크고 나면 붉은배새매가 어치보다 세서 잡아먹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어치 어미가 붉은배새매 어미가 둥지를 비우기를 기다렸다가, 새끼 새들을 죽인 거예요. 자기 새끼들이 나중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말이에요.
깜씨 사총사는 “그랬구나!” 어치가 이해되기도 하고, “어떡해!” 붉은배새매가 가엽기도 했어요. 새끼 새들한테 개구리도 잡아다 주고, 날기 연습하는 것도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웠어요. 눈이 노란색이면 암컷, 검은색이면 수컷인 것도 알아맞혔을 텐데요. 하지만 깜씨 사총사는 믿었어요. 한바탕 비 온 뒤 무지개가 뜨듯이, 다시 또 예쁜 새끼 새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붉은배새매는 차마 새끼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둥지 주위를 애타게 종종거리다가,
하늘을 향해 낮고 길게 울었어요.
투두둑, 투두둑.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붉은배새매는 둥지 안으로 들어갔어요.
죽은 새끼들을 품에 꼭 안았어요.
-본문 30~31쪽-
● 작품내용
너무 더워서 개미들조차도 그늘을 찾아간 한낮이에요. 깜씨 사총사가 오늘 뛰어놀 곳은 나무 위예요. 더울 때는 나무 위만큼 바람이 시원한 곳이 없거든요. 매미도 잡을 수 있고요. 그런데 어디선가 아기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새 둥지에는 예쁜 새끼 새 세 마리가 있었어요. 깜씨 사총사는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기로 했어요. 먹이를 잡아 왔을 때, 어치가 새끼 새들을 쪼아 댔어요. 깜씨 사총사가 어치를 내쫓았지만, 새끼 새들은 이미 죽어 있었어요. 얼마 뒤, 배에 살구빛이 도는 붉은배새매가 둥지로 날아왔어요. 붉은배새매는 죽은 새끼 새들을 어쩌지 못하고 슬픈 울음만 울었어요.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자, 어미 붉은배새매는 새끼 새들을 품에 꼭 안았어요. 처음 알을 품을 때처럼 따뜻하게요. 그사이, 소나기가 그치고 산마루에는 무지개가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