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욱이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 아빠와 새 동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게을러 보이는 새 아빠는 영 미덥지 않고, 엄마한테 잘 보이려는 새 동생은 통 마뜩치 않습니다. 엄마가 공부 잘하고 예의 바른 새 동생 민기를 칭찬하면 할수록 진욱이 마음에는 불만이 싹트게 된 것입다. 아빠가 떠난 뒤 그 빈자리를 느끼는 진욱이에게 엄마의 애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은 불안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할 것만 같던 동생 민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엄마 없이 사는 동안 안정된 가정을 꿈꿨던 민기는, 새 엄마에게 사랑받아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철없어 보이는 아빠까지 챙겨야 하는 민기는 갖은 애를 써야 사랑받을 수 있는 자신의 처지가 싫기만 합니다.
『거미소년 우기부기』에는 새로운 가정이 생기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새 부모의 사랑과 관심 앞에서 아이들은 경쟁하지만, 그 경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불안감을 느낄 뿐입니다. 이를 통해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나와 다른 아이의 마음속에서 내 아픔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감의 회복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목차
새로운 가족
귓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거미소년 우기부기
악당 검은람보
어른들은 자기 맘대로야
로못 태권 브이
과학 소년 vs. 만화 소년
재수 없는 날
내가 없어도 행복한 가족
상 받는 날
베짱이 아빠
안녕, 북이
저자
김경민 (지은이), 박정섭 (그림)
출판사리뷰
내 안의 거미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나도 모르는 속마음, 대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화를 내거나 심술을 부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몰라!”하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속마음 털어놓기를 거부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이 상한 진짜 이유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속마음을 깊이 감추어 버린다. 그러고는 결국 자신의 힘으로 감춘 마음을 다시 꺼내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도록 누군가 대신 말해 준다면 어떨까? 이 작품은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의 고민이 독특한 판타지로 반영된 성장 동화다. 어느 날, 아이 귓속에 들어온 거미가 아이의 내면을 대변한다는 설정은 여느 동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발한 상상력이다.
이 책의 주인공 진욱이는 귓속에서 자신에게만 말을 건네는 거미를 친구로 삼는다. 때로 친구처럼 토닥거리기도 하고, 동생처럼 응석부리기도 하다가, 형처럼 바른 말을 건네는 거미는 사실 아이의 또 다른 자아다. 진욱이는 거미와의 만남으로 잘못인 줄 알면서도 실수하고, 갈등하면서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성숙함을 얻는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대한 많은 훈련이 필요한 것 같지만, 실은 자신 안에 올바른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해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이다. 이 작품을 쓴 김경민 작가의 첫 창작동화다. 작가는 해외 뉴스에서 귓속에 거미가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와, 아빠와 떨어져 지냈던 어린 시절의 상처, 부모와 헤어져 지내는 아이들의 사연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작품화해 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작가가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픈 데서 우러나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뿍 담겨 있다.
두려움을 떨쳐 내고 거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 보아요. 그걸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용기 있는 멋진 사람이에요. - 작가의 말에서(155쪽)
새로운 가정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공감의 응원을!
주인공 진욱이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 아빠와 새 동생이 생겨 버린다. 그런데 게을러 보이는 새 아빠는 영 미덥지 않고, 엄마한테 잘 보이려는 새 동생은 통 마뜩치 않다. 엄마가 공부 잘하고 예의 바른 새 동생 민기를 칭찬하면 할수록 진욱이 마음에는 불만이 싹튼다. 아빠가 떠난 뒤 그 빈자리를 느끼는 진욱이에게 엄마의 애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은 불안의 연속이다. 그러나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할 것만 같던 동생 민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엄마 없이 사는 동안 안정된 가정을 꿈꿨던 민기는, 새 엄마에게 사랑받아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철없어 보이는 아빠까지 챙겨야 하는 민기는 갖은 애를 써야 사랑받을 수 있는 자신의 처지가 싫기만 하다.
조민기는 대답 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뭐야, 저 녀석 내 말에 대꾸도 않고! 또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거냐?
바보, 조민기는 네가 부러운 거야. 사랑받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자신이 싫을 거야.
“북이, 난 네가 삐쳐서 말도 안 하려는 줄 알았네, 근데 또 나보고 바보라고 했냐?”
그래, 넌 사람 마음을 못 읽으니까 바보지. (146쪽)
작품에는 새로운 가정이 생기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새 부모의 사랑과 관심 앞에서 아이들은 경쟁하지만, 그 경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아이들은 그저 불안감을 느낄 뿐이다. 이야기의 결말, 민기의 상처를 알고 난 뒤 진욱이 귀의 거미가 민기 귀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를 견제하는 두 아이가 실은 같은 아픔을 겪고 있었음을 공감하는 순간을 위트 있게 그려 낸 부분이다.
북이야, 너 조민기한테 간 거야? 푸하하하, 복수리도 하고 싶었냐? 그러지 마라, 북이야. 너도 알잖아. 조민기도 알고 보면 불쌍한 애라는 거. 크크크크, 그렇지만 북이야, 살짝 괴롭혀 주는 것도 재밌을 거 같네. (152쪽)
아이들의 상처를 향한 유쾌한 공감은 비단 새 가정의 문제로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나와 다른 아이의 마음속에서 내 아픔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감의 회복력’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장르를 보는 색다른 재미!
책속의 책, 동화속의 만화
이 책은 진욱이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사이사이 중간 중간 진욱이가 직접 그린 듯한 만화를 삽입하고 있다. 만화가를 꿈꾸는 진욱이가 그려 내는 만화는 진욱이와 귓속의 거미 북이가 힘을 합쳐 탄생한 슈퍼 히어로 ‘거미소년 우기부기’ 연작이다. ‘거미소년 우기부기꾡 한 편 한 편에는 민기를 대변하는 악당 ‘검은람보’를 골탕 먹이는 우기부기의 활약이 담겨 있다. 연작 만화는 진욱이와 민기의 갈등이 심화될 때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진욱이의 속마음을 대변한다. 만화 속에서 진욱이는 우기부기가 되어 검은람보를 무찌르고 엄마를 되찾아 오면서 자신에게는 물론 보는 독자에게도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만화는 이야기 속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서 매력을 지닌다. 거미소년 우기부기는 거미의 특징인 여러 개의 눈과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 태권 브이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로봇이다. 세계 곳곳으로 사건이 퍼져나가는 다소 과장된 스케일 역시 코믹 만화의 자유로운 매력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림 자체의 기법이 어렵지 않아, 이 책을 읽는 아이 누구라도 쉽게 만화를 따라 그리거나 자신만의 만화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동화와 만화의 절묘한 조합으로 두 가지 매력을 한꺼번에 전달하는 점은 이 책만의 독특한 장점이자 참신한 시도다. 이 책의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두 장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