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즐길 수 있는 옛이야기 그림책입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 작가로 활동하며 옛이야기를 연구한 정하섭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원전의 의미를 충실하게 살려 재화하되, 아이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습니다. 많은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요약하다 보면 원전의 주제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바리의 탄생부터 저승길을 안내하는 여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어 신화 본연의 주제와 의미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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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섭 (엮은이), 이지선 (그림)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바리공주
하지만 깊은 병에 걸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험난한 모험을 떠납니다.

바리공주가 연약한 소녀에서 한 여인으로 성장하여
사람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신이 되기까지의 웅장한 여정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그림으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여신의 모험 서사시, ‘바리’이야기

신화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문화는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특히 우리 신화 속에는 반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군이나 주몽 같은 건국 신화 외에도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탄탄한 서사 구조를 지닌 구전 신화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바리공주, 자청비, 설문대할망, 삼신할망 등 여성이 주인공인 신화도 다양합니다. 진취적이고 용맹한 남자 영웅과는 달리 대부분의 여신들은 참고, 견디고, 희생하며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도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세상을 감쌀 수 있는 모성을 지니게 됩니다.
여러 여성 신화 중 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바로 ‘바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리’를 효(孝)에 대한 옛이야기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바리’는 한 인간이 성장하여 죽음과 생명을 관장하는 여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신화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리는 어떤 원망이나 복수심도 없이 따뜻한 인간성과 고귀함을 가지고 병든 부모를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납니다. 그 여정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지만 바리는 소외 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리고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여 결국은 사람들의 영혼을 품는 여신이 됩니다. 선조들이 이러한 바리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바리의 여정은 단순히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믿고 의지하는 여신의 모험이 담긴 대서사시입니다.

한 소녀가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통과의례를 담은 그림책

그림책 〈바리공주〉는 여성 신화로 ‘바리’의 주제와 의미를 살리되, 온갖 역경을 견뎌내고 한 소녀가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곱 번째 공주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는 깊은 산속에서 비리공덕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랍니다. 하지만 바리는 총명한 아이였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늘 궁금해 하며 정체성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을 만나게 되고, 죽을병에 걸린 부모를 위해 서천서역으로 약수를 찾으러 떠납니다. 바리는 화려하고 예쁜 공주가 아니라 여리지만 당찬 소년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바리는 밭을 갈고 빨래를 하고 까마득한 바다를 건너 지옥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바리는 부모님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칼지옥, 불지옥, 얼음지옥, 뱀지옥을 당당히 헤쳐 나갔습니다. 드디어 서천서역에 도착한 바리는 꽃밭을 지키는 무장승을 만나게 됩니다. 무장승은 바리에게 자신과 결혼하고 일곱 아이를 낳아주면 약수가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하지요. 일곱 아이를 낳고 바리는 이승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부모는 이미 숨을 거뒀습니다. 바리는 서천서역에서 가져온 꽃과 약수로 부모를 다시 살립니다. 부모는 바리에게 모든 걸 다 주겠다고 말하지만, 바리는 신이 되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영혼을 안내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약수를 구해 오는 바리를 이해하고 본받기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자신을 낳아 준 부모를 저버리는 것은 인간의 기본 도리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결국 바리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탄생, 부모와의 이별, 모험, 독립, 결혼, 출산 등 바리가 겪은 일련의 일들은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통과의례입니다. 바리가 겪은 다양한 일들을 보며 독자들은 효 지혜, 인내 등 우리 겨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치관을 배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닥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바리의 모습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독립심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그림으로 펼쳐진 바리공주의 웅장한 여정

〈바리공주〉는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즐길 수 있는 옛이야기 그림책입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 작가로 활동하며 옛이야기를 연구한 정하섭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원전의 의미를 충실하게 살려 재화하되, 아이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습니다. 많은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요약하다 보면 원전의 주제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바리의 탄생부터 저승길을 안내하는 여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어 신화 본연의 주제와 의미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은 사자〉 〈커다란 새〉 등 독특한 그림 스타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그림작가 이지선은 지금까지 여리고 예쁘게만 그려졌던 ‘바리공주’를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그림 기법과 중성적인 캐릭터로 여리지만 당찬 바리공주를 표현했습니다. 세련된 색채 감각과 상상력을 활용하여 불라국, 서천서역, 지옥 등 다양하고 환상적인 배경을 연출하였습니다. 특히 소녀에서 자식을 낳고 여신이 된 바리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림 속에서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이야기의 의미를 배경 속에 담아 이야기의 주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