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두룬은 진지왕의 영혼과 신녀 사이에서 태어난 요정입니다. 남들보다 두 배 빨리 성장했고 동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입니다. 두룬은 동료 길달과 함께 연금술을 연마하여 마지막 단계 두두리를 통과하고, 도깨비 방망이를 만들어냅니다. 수련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온 두룬은 길달과 같이 진평왕을 도우며 궁에서 일을 합니다. 그러나 두룬을 질투해왔던 길달은 두룬을 제거하려고 하고 전쟁이 일어납니다. 두룬은 길달을 제압하지만 슬픔을 느끼고 사라집니다.
『두두리 도깨비 두룬』은 〈삼국유사〉의 비형랑 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비형랑이 당시 도깨비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기록에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도깨비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연금술이 펼쳐지는 다다라 마을에 대한 묘사, 왕과 귀족 사이에서 벌어졌던 경쟁 구도, 전쟁 장면 등은 우리 고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천재형 인물 두룬과 노력형 인물 길달의 대비를 통해, 서로 질투하고 경쟁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의 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목차
검은 고목나무와 빛의 보석
불의 아이
다다라 마을
현자의 돌 공방
최고의 연금술사 두두리 두룬
어머니를 찾아서
불 요술을 부리는 도깨비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변해 가는 친구
착한 도깨비 두두리 신
저자
김정란 (지은이), 이형진 (그림)
출판사리뷰
〈삼국유사〉의 설화를 바탕으로
다시 해석한 전혀 새로운 도깨비 이야기
‘비형랑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도깨비
도깨비는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존재다. 도깨비는 뿔이 달리고 털이 숭숭 난 모습과,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고 남의 꾀에 잘 넘어가는 어리석은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말 도깨비는 상상의 존재이기만 한 것일까? 실제 역사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두두리 도깨비 두룬〉은 도깨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정란 작가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비형랑 설화’에서 도깨비의 기원을 상상해 냈다.
비형랑 설화는 죽어서 영혼이 된 신라 진지왕과 신녀 도화녀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랑에 관한 이야기다. 비형랑은 밤마다 귀신과 어울리는 알 수 없는 존재로, 진평왕의 부름을 받고 궁궐로 들어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신비한 능력을 펼친 인물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도 비형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도깨비방망이로 신기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 듯 하루아침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외모는 기존의 도깨비와 전혀 다르다. 왕자님처럼 아름답고 잘생긴 얼굴에 사람과 똑같은 형상이다.
작가는 ‘도깨비’가 ‘돗아비’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해석했다. ‘돗’은 ‘불꽃’이라는 뜻이고, ‘아비’는 남자라는 뜻으로, ‘돗아비’는 ‘불꽃을 마음대로 다루는 남자’를 뜻하는 말이다.(104쪽) 주인공 두룬은 불을 조종하여 신기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돗아비’라고 부르다가 ‘도깨비’라는 말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해석은 단지 작가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상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인 김정란 작가는 상지대학교 문화컨텐츠 연구소의 동아시아 설화 및 신화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깨비의 기원을 그려내고 있다.
동양 판타지의 새로운 가능성
두룬은 대장장이 기술과 연금술을 연마하여 최고의 연금술사인 두두리 칭호를 얻는다. 그 과정은 쇠 공방에서 쇠를 다루는 기술을, 은 공방과 금 공방에서 각각 광물을 다루는 기술을 연마하고 마지막으로 현자의 돌 공방에서 연금술사의 자격을 얻는 것이다.
서양에서 특히 신비로운 기술로 여겨졌던 연금술은 기사 판타지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이 책에서는 서양 판타지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연금술을 소재로 가져오면서, 동시에 동양적인 해석을 더한다. 이 책의 연금술은, 인간의 연마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하늘이 주는 신비한 능력이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신과 신체가 자연의 일부임을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백마, 전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스케일이 큰 전투 씬 등 서양 판타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도교나 불교 사상과 같은 동양적 소재가 잘 어우러져, 상상력과 스케일이 뛰어난 새로운 동양 판타지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천재형과 노력형 인물의 대립을 통한 내면의 성장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권선징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옛이야기의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일면을 형상화했다.
두룬과 길달이라는 ‘천재형’과 ‘노력형’ 인물의 대립을 주목할 만하다. 남다른 출생으로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두룬은 천재형 인물이다. 반면 함께 연금술을 익힌 동료 길달은, 반은 여우이고 반은 인간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채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 인물’이다.
남다른 운명을 살아가야 하는 두룬의 고뇌와, 우정과 시기 사이에서 방황하는 길달의 모습은 인간 내면의 뿌리 깊은 보편적 갈등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아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때로는 고뇌에 빠져 힘들어 하고 자신의 과욕으로 화를 입으면서도 깨달음을 얻어 나가는 내면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 성찰 덕분에 이 책은 옛이야기나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아닌, 성장동화로 읽히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