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작
거짓 영웅을 만드는 세상, 그러나 아이들의 꿈은 진짜다!!
잠자는 시간에 돈도 벌고 공부도 더 하고 더 놀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행복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까요? 『델타의 아이들』은 잠을 조절해주는 식물 잠풀 델타를 개발하는 잠노 박사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창작동화입니다. 잠풀 델타의 등장에 열광하는 동민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짜 영웅을 만드는 세상을 살짝 비틀어 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일상과 어우러진 판타지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달콤한 꿈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델타의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영웅의 몰락과 어른들의 무책임한 거짓에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사과와 위로를 건네주는 착한 동화입니다. 또한 효율성만 강조하는 요즘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얻을 수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잠자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세상의 허위와 영웅주의의 허상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포근하게 상처를 보듬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한 뼘 자라게 도와줄 것입니다.
목차
체체파리
꿈의 식물
납작한 잠
세상이 해처럼 뜨거워졌다
소년들에게 알림
델타를 기다리며
친선 경기
단꿈을 드립니다
잠과 싸우는 사람들
함께!
믿어라, 조건 없이
단잠지기들
이상한 나라의 아이들
가위눌림
기지개를!
저자
임어진 (지은이), 조승연 (그림)
출판사리뷰
가짜 국민 영웅을 만드는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문제작
『델타의 아이들』은 쉽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우리 사회의 국민 영웅과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동화다.
이 작품은 수년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했다 하여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그 과학자는, 결국 연구의 허위성이 드러나면서 국민 전체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델타의 아이들』은 한 과학자가 잠을 줄여 주는 획기적인 식물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종 언론이 이 과학자의 소식을 집중 보도하고, 국민들은 개발 성금을 모금하며, 아이들은 그 과학자와 닮고 싶은 꿈을 꾼다. 하지만 이 과학자의 연구는 허위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이 엉망인 된 충격에 휩싸인다.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안겨 준 건 한 과학자의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과학자를 쉽사리 영웅으로 몬 우리 사회였을까.
작품은 가짜 영웅이 남긴 상처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하고 허위적인 어른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매일 접하는 뉴스와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느끼고 있었지만 꼬집기는 어려웠던 우리 사회의 영웅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는, 덮고 싶었던 과거를 다시금 반성하게 한다. 『델타의 아이들』을 쓴 임어진 작가는, 누군가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거짓에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사과와 위로를 건네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제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작
『델타의 아이들』은 2009년 제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웅진주니어 문학상은 그동안 『전교 네명 머시기가 간다』의 김해등, 『일주일 짝꿍 3-165』의 김나연, 『도와줘요, 닥터 꽁치!』의 박설연 등 참신함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배출해 왔다. 그간 웅진주니어 문학상은 주로 신인 작가의 수상이 두드러졌는데, 『델타의 아이들』은 웅진주니어 문학상 이래 처음으로 기성 등단 작가의 응모작 중 당선된 작품이다.
심사위원 황선미, 이상권 작가가 심사평에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정신과 더불어 영웅에 대한 집단의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라고 밝혔듯이, 이 작품은 현실 참여도가 뛰어나며 작가의 깊이 있는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델타의 아이들』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일상과 판타지가 주를 이루는 요즘의 동화들과는 차별되는 또 다른 창작의 통로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인 현대 사회에 대한 우화
주인공 동민이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잠을 줄여 주는 식물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일명 ‘잠풀 델타’라 불리는 그 식물만 있으면,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에 돈도 벌고 공부도 더 하고 더 놀 수 있다며 기뻐한다.
이 작품은 ‘잠자는 시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한 시각을 드러낸다. 잠풀 델타의 개발 계획과 동시에, 잠자는 시간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불필요한 시간’ 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자투리 시간’이 되어 버린다. 마치 건물이나 포장도로가 들어서지 않은 빈 땅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잠자는 시간으로 흘러들어 온다.
잠을 조절한다는 다소 공상과학적인 상상력 덕분에 이 작품은 경제적 효율성을 최고의 잣대로 삼는 현대 사회의 우화처럼 읽힌다. 때로는 우화가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이다. 시험 전날 잠이 들어 속상했던 기억, 늦은 밤까지 환히 불을 밝히며 영업을 계속하는 상점들의 모습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경험이 되어 버렸다. 『델타의 아이들』은 잠자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극복의 대상이 되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냉정하게 꼬집고 있다.
맹목적인 집단의식의 함정
잠풀 델타를 개발했다는 잠노 박사가 국민 영웅이 되자, 동민이네 학교에서는 잠풀을 주제로 한 글쓰기, 그림 그리기, 체육대회가 열리고 잠노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델타 소년단’도 생겨난다. 아이들은 잠노 박사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을 차면서, 국민 영웅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마침내 델타 소년단 한마음의 날 행사에서 잠노 박사를 실제로 만난 아이들은 꼭 무엇에 홀린 것 같이 열광한다.
『델타의 아이들』이 그리고 있는 모습은 비단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다. 사람들의 무성한 소문과 그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실체보다 더 굳건한 허상(虛像)을 만들어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작품은 ‘히틀러한테 무조건 충성했던 나치 청소년들’과 ‘자기들이 필요한 일을 한다고 믿었던 핵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들’의 예를 드는 동민이 형을 통해, 영웅 앞에서 쉽게 비판 의식을 상실해 버리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속성을 짚어낸다.
맹목적인 집단의식이 무서운 건,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델타 소년단에 가입하지 않은 규명이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하거나 괴롭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집단의식의 폭력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른들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이들의 세계로 여과 없이 흘러들어가는 과정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꿈꾸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한다
잠노 박사의 허위성이 폭로되고 난 뒤, 세상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고 말았다는 충격은 파장이 크다. 아이들에게 전해 준 충격은 더 심각하다. 아이들의 진심이 담겨 있던 글이며 그림이 모두 가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동민이는 꿈이 깨져 버린 한별이에게 “넌 잘못 없어. 넌 정말 괜찮아. 네 꿈은 쉽게 망가지지 않을 거야.”라고 위로한다. 동민이의 위로는 마치 세상이 만든 거짓에 상처 받은 모든 아이들에 대한 다독임처럼 들린다.
작품에서 유일하게 집단의식에 빠져들지 않았던 동민이의 형은 잠자는 시간을 통해 현실로부터 받은 상처를 스스로 이겨 낸 인물이다. 잠풀의 등장으로 극복 대상이 되었던 잠의 시간은 동민이의 형을 통해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현실과 한 걸음 거리를 두고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모색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잠자는 시간은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겪는 수많은 일들을 돌아보고, 마음이 치른 전쟁의 상처를 아물게” 해 주는 상처 치유의 시간이다.
다른 길이 있다면 희망은 있다. 『델타의 아이들』이 날카롭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차가운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동민이네 가족이 단잠에 빠져 있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인다. 아이들이 꿈꾸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얻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꾸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면 잠의 은유적인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