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이쿠나 호랑이다』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며 적이 되기도 했고, 신이 되기도 했던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랑이가 우리의 삶과 생각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호랑이가 옛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라와 민간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썼는지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장백이는 팔맷돌 던지는 솜씨가 으뜸인 동네 개구쟁이에요. 그런데 장백이가 좋아하는 영실이네 집 송아지를 호랑이가 물어 갔답니다. 호랑이를 잡으면 큰 상을 내리겠다는 임금님의 방도 붙었지요. 장백이는 영실이를 위해서, 또 큰 상을 받고도 싶어 호랑이를 꼭 잡으려고 해요. 하지만 결국 사냥꾼들이 호랑이를 잡아 마을로 내려옵니다. 호랑이가 잡히자 마을 사람들은 범굿을 지내고,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가축들의 혼을 위로합니다. 장백이와 영실이가 살던 마을에 함께 살았던 호랑이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땅의 호랑이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한 이미지로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지 알게 될 거에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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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정진 (지은이), 김홍모 (그림)
출판사리뷰
사람들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던 겨레의 동물 호랑이
호랑이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 온 겨레의 동물입니다. 중국에 용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호랑이가 있지요. 쑥과 마늘만으로는 살 수 없다며 동굴을 떠나 버린 단군 신화의 호랑이 이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호랑이들이 옛이야기 속에 살아왔습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부터, 우리 옛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주연을 맡았던 동물은 호랑이였지요. 어떤 호랑이는 사리 분별이 분명하고 용맹했으며(박지원의 호질), 어떤 호랑이는 떡 하나 더 달라더니 어머니를 통째로 꿀꺽할 만큼 사악했으며(해와 달이 된 오누이), 어떤 호랑이는 곶감이 두려워 달아날 만큼 어리석었습니다.(호랑이와 곶감) 세상에 다양한 인격의 사람들이 있는 것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호랑이들이 있었습니다.
옛이야기 뿐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도 호랑이가 들어가는 속담들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에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쓰기 좋은 충고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합니다. 상대를 기선 제압하기에는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만한 것이 없고, 자격 없이 권력을 갖고 설치는 사람을 보면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라며 혀를 차게 되지요. 호랑이는 그렇게 우리 옛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던 동물이었습니다.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던 존재이면서, 동시에 존경하고 우러러보기도 했던 동물이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이 땅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옛날 호랑이가 사람들에게 끼친 피해는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는 가축을 물어 가고, 사람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 해 중 절반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고, 또 다른 절반은 사람이 호랑이를 잡는다.’고 할 만큼 호랑이와 사람 사이의 전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잡을 수 있는 동물도 아니었고, 한 마리를 잡는다고 하여 호환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피해를 막아보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호랑이 사냥에 나서 호랑이와 전쟁을 치뤘지요.
박멸할 수 없는 사람의 유일한 천적 호랑이는 어느새 운명처럼 받아들여지게도 됩니다. 그 용맹함과 의젓함으로 오히려 산중의 모든 것을 평화롭게 다스리는 산중 군자, 산중 호걸이라는 이름으로 추앙을 받게 된 것입니다. 호랑이가 우리를 나쁜 기운으로부터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새해 첫날이면 작호도(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있는 그림)를 걸어 한 해의 액막이를 했고, 시집을 보낼 때면 가마에 호랑이 가죽을 올려 사악한 기운을 막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산신당에는 의례히 산신 옆에 호랑이, 산신으로서의 호랑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2010년 새해가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 띠라고 떠들썩했습니다. 호랑이가 겨레의 동물로 우리의 삶 속에 하나의 상징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며 적이 되기도 했고, 신이 되기도 했던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호랑이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지금은 동물원에 갇혀 있는 호랑이가 아니고, 만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호랑이도 아닙니다. 우리 문화의 상징으로 박제된 호랑이도 아니고, 맹수의 왕이라 불리는 그저 무섭기만 한 호랑이도 아닙니다. 호랑이 사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책은 우리 민족이 호랑이에게 품어 왔던 그 복잡한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해 줍니다. 장백이와 영실이가 살던 마을에 함께 살았던 호랑이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땅의 호랑이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한 이미지로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호랑이 사냥꾼, 옛날 호랑이의 쓰임 등
이 책의 부록은 본문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호랑이가 우리의 삶과 생각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호랑이가 옛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라와 민간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썼는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호랑이를 잡고 나면 어떻게 했는지, 무서운 호랑이 말고 존경 받던 호랑이는 어떤 모습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호랑이의 마지막 흔적과 그 이유들까지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부록 역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