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내기를 끝낸 논에 비가 오지 않으면 농부들의 한숨이 커져만 갑니다. 기구를 써 논에 물을 끌어대고, 사람들끼리 물싸움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가뭄을 사람의 힘으로 막아낼 방도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비를 기다리며 바랄 곳이라고는 하늘 밖에 없었지요. 옛날에 사람들은 용이 비를 내려 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으면 정성껏 음식 차리고 깨끗이 단장하고 용에게 ‘물제’를 올렸습니다. 이 때 용이 비를 내려 준다면 용도 얼굴이 서고 농부들도 행복해지겠지요. 하지만 용이 게으름을 피우고 딴청을 부린다면 농부들도 그저 조용히 비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그때부터 용과 한판 대결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은 용이 놀라 비를 내려주기 바라면서 빗소리도 만들어 보고, 천둥 번개 소리도 만들어 봅니다. 하늘 위로 연기를 피워 용의 눈물, 콧물이라도 받아 내려 합니다. 용이 오거나 머물만한 자리에 오줌을 싸거나 닭피를 뿌려 용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참다못한 사람들은 용에게 온갖 욕을 다하고 줄다리기를 하며 용의 목을 잡아당기는 시늉도 해 봅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용이 가장 괴로워 할 마지막 방법을 궁리합니다. 바로 짚으로 용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용을 인정사정없이 해코지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비법의 주인공은 언제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용 허수아비를 “꼬집고 깨물고 밟고, 찌르고 간지럼 태우고 용용 죽겠지! 간질이고 올라타 구르고 질질 끌고 용용 죽겠지!” 합니다. 아무리 지독한 용이라도 어린이들의 장난에 악착같이 복수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르릉, 쾅쾅, 쏴아아-." 비가 옵니다. 아무리 용이 버텨 보아야 언제나 농부들의 승리이지요. 비는 언제고 내릴 테니까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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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기정 (지은이), 정문주 (그림)
출판사리뷰
비를 바라는 농부들과 용의 한판 대결, 물제
농부들에게는 농사를 잘 짓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런데 비가 오지 않으면 큰일이에요.
논이 쩍쩍 갈라지고 벼가 타들어 가요.
옛날에는 용이 비를 내린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용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어요.
그게 바로 ‘물제’랍니다.
물제는 가뭄 속에서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간절한 마음입니다.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책
아이들이 경험하는 쌀은 포장지에 정갈하게 담겨 있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용기 그대로 데워 먹을 수 밥이기도 합니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상품들처럼, 쌀이나 밥은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여느 공산품 중 하나로 느껴집니다. 세상이 한없이 편리해지는 동안 우리 생각은 본질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쌀이 자연의 일부이고 그것을 먹는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자연의 변화를 따르며 자연의 선물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땀과 눈물을 생활 속에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린 독자들과 “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은 비를 바라는 농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 옛사람들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우리를 가뭄에 애가 끓는 농부들 곁으로 이끕니다. 그 곳에서 농부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벼에게 물을 먹여야 하고, 그래야 자식들도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농사는 삶의 전부였습니다.
작가는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며 발랄하고 경쾌한 페스티발을 보여 주지만, 그 속에는 농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목숨을 건 위대한 싸움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 독자들이 즐겁게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마음이, 아니 농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한 걸음 더- 옛사람들과 용 이야기+비를 오게 하는 방법
이 책의 부록은 본문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비를 바라는 농민들의 간절한 심정, 한 방울의 물이라도 논에 더 대기 위해 썼던 방법과 농기구들, 물제의 다양한 방식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라에서 지내던 선농제와 물제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용이 어떤 동물인지, 옛사람들의 용에 대한 생각, 우리 역사 유물 속에 있는 용의 모습들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신나는 호기심의 시작,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 시리즈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역사 공부’라고 하면 금세 도리질을 합니다. 뜻 모를 사건이며 지명, 어려운 유물과 인물의 이름들, 난무하는 연도……, 역사를 다루면서 불가피하게 열거되는 개념어들에 보기만 해도 딱 숨이 막힌다고 합니다. 뜻도 의미도 모른 채 그저 순서대로, 분절적으로 외워야만 하는 역사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사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날에……” 하슴 옛이야기처럼 오래 전 사람들이 살았던 세상과 그 삶의 모습인 것이지요. 역사는 그렇게 옛날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요모조모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이 땅에 뿌리를 두고 전해 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낯설지만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에서는 역사와 이야기가 어우러집니다.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는 웅진주니어가 새롭게 선보이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달’은 땅, 대지를,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그 이름대로 『달·마루』는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던 우리 옛 사람들의 생활과 역사와 문화를 재미난 이야기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달·마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다루고자 하는 소재와 주제들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것입니다. 옛 사람들의 삶을 딱딱한 정보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구성해 아이들이 그 시대의 삶을 공감할 수 있게 하고, 더불어 역사적인 상상력까지 맘껏 펼칠 수 있는 즐거운 그림책이 되도록 기획하였습니다.
첫 권인 『배다리는 효자 다리』는 일하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의 눈을 통해 배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조의 행차를 보여줍니다. 이번에 출간된 『비야 비야 오너라』랄 비롯해 앞으로 조선 시대 도서 대여점 ‘세책점’에 얽힌 『홍길동전 빌려 주세요』(가제, 근간), 사람 사는 마을까지 내려왔던 호랑이 사냥 이야기 『어이쿠나, 범이로구나!』(가제, 근간) 등이 계속 출간될 예정입니다.
교과서적인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과 사회상을 구체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구성한 『역사 속 우리 이야기 달·마루』 시리즈. 어린이들은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인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의 첫발을 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오래 전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 지혜까지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