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힘찬이의 별명은 닭살이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피부가 거칠거칠하기 때문이다. 이런 힘찬이를 보고 아이들은 징그럽다며 짝하기 싫어한다. 2학기가 시작되어 새로 전학생이 오는데, 혼자 앉은 힘찬이의 짝이 된다. 어딘지 시골티가 나는 그 아이 김명옥은 북한에서 왔다고 했다. 명옥이는 아이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지만, 아이들이 쏟아내는 물음에 한마디도 대꾸를 하지 않아, 곧 벙어리라 놀림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짓궂게 놀리는 아이들을 향해 김명옥은 신발주머니를 날리며 "나 벙어리 아니란 말이다, 알겠네?"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런 김명옥을 보며 힘찬이는 속이 후련하다.
명옥이에게 남한 생활은 무섭기만 하다. 높은 빌딩,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이것저것 물어대면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하나원에서는 배우지 못한 말을 아이들이 할 때면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이런 명옥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거들어주는 힘찬이. 명옥이는 힘찬이를 보면 북한땅을 빠져나올 때 죽은 동생 명수가 떠오른다. 몸이 튼튼하지 못했던 명수도 힘찬이처럼 두드러기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명옥이는 힘찬이가 남 같지 않다.
아토피인 힘찬이에게는 점심시간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급식은 힘찬이가 먹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도 힘찬이가 먹지 못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 명옥이도 소시지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가, 힘찬이는 명옥이 동생 명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후로 힘찬이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명옥이를 모른 척할 수가 없고, 명옥이를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 나란히 집으로 가는 길. 명옥이는 힘찬이의 나무껍질 같은 손을 꼭 잡아준다.
명옥이는 급식시간마다 괴로워하는 힘찬이를 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잘 참아 왔던 힘찬이가 점심을 먹다 엉엉 울게 되고, 명옥이는 아이들을 향해, 더 이상 힘찬이를 닭살이라 부르지 말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힘찬이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힘찬이의 사정을 적은 편지를 영양사 선생님에게 드린다. 명옥이의 편지 내용이 교내 방송으로 소개되는 순간, 아이들에게서 명옥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의미의 환호성을 터져나오고, 명옥이는 힘찬이에게 피양랭면을 먹게 해주겠다고 집으로 초대한다.
목차
새짝
울음소리
나, 벙어리 아니야
피양랭면집
닭살과 병아리
명옥아, 뛰어
내가 지켜줄께
저자
원유순 (지은이), 최정인 (그림)
출판사리뷰
의 작가 원유순이 바라본 새터민 아이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5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간혹 들리는 목숨을 건 탈북 소식들. 그 뒤에 어떠한 정치적 배경이 있건 없건, 한 가족이 익숙한 고향을 버리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이 터전을 마련하기까지, 그 불안스런 변화 속에서 가장 큰 아픔을 겪는 것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
의 작가 원유순은 그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그들을 찾아 메일을 주고 받으며 그들이 겪는 아픔을 그들의 입을 통해 들었다.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취재와 구상, 그리고 탈고까지 만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듣고 본 이야기들을 압축하고 덜어내고 더러는 보태어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꼭 맞는 동화를 선보이게 되었다. 는 북에서 온 어린이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 동화작가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탈북 동화
이제 탈북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는 때가 지났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사회활동을 하는 탈북자가 있으며, 탈북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문제도 있다. 탈북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말이 고 현실이다. 이는 아이들의 사회, 아이들의 문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동화는 의미가 깊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제 탈북 자체가 소재가 되는 동화가 아니라, 탈북자를 아이들 눈높이, 아이들의 마음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동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는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요구에 정면으로 응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탈북자를 어떻게 바라보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가 쓰인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탈북 어린이, 명옥이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명옥이의 문제를 내 동무의 일로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이 아름다운 동화와 공감하는 능력을 스스로 발견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동화가,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미덕이 아닐까.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위로
5명 가운데 1명의 아이가 아토피라고 한다. 3명 중에 1명이라고도 한다. 아토피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환경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 아이?들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이들 사회에서는 내가 아토피안이거나 내 친구가 아토피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왜 아직 아토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동화는 없었을까.
아토피는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느 정당의 정치 의제가 되고, 심지어 보험상품까지도 등장하는 때에, 어째서 어른들을 위한 아토피 정보도서만 나와 있을까.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이 동화 곳곳에는 아토피 아이가 겪는 아픔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으며, 수업시간에도 집중할 수 없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아이들의 놀림을 견디어 내야 하는 고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아토피로 고통당하는 어린이의 모습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그 어떤 병보다 강한 것은 그것을 견디고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한 그리고 있다. 이야기 속의 아토피안 어린이는 결코 아토피에 굴복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자기의 현실과 싸운다. 작가는 아토피안 주인공을 통해 세상의 많은 아토피안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힘을 내라고, 다정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현직 교사가 그려내는 생생한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
이 동화에서 아이들은 명옥이에게 거침없이 묻는다. "명옥아 북한 공산당이 너네 식구를 어떻게 못살게 굴었니?"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김일성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얼이 빠졌나 보지 뭐."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명옥이를 벙어리라 놀린다. 힘찬이에게는 닭살이니 징그럽다니 놀린다. 힘찬이가 소시지를 먹지 못하는 걸 알고는 ?야, 닭살! 소시지 볶음 나 주고 가.?라고도 말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 누구도 악의적이지 않다. 어떤 못된 짓을 해도 그것은 그저 악의 없는 장난일 뿐, 의도적인 악행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교내 방송으로 명옥이의 편지가 소개되자, 와아 환호성을 올리고 선생님이 상표를 많이 줄 거라는 말에 명옥이에게 학용품을 안기기도 한다. 그저 상황에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 현실 속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현직 교사인 작가의 눈에 비친 아이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덕분에 탈북과 아토피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가 결코 무겁지 않게, 결코 지루하지 않게, 생생한 아이들의 발랄한 이야기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아픔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이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 아이들 속에서 겪는 아픔을 그리고 있다. 그 사이에 어른의 개입은 전혀 없다. 힘찬이의 엄마가 등장하고, 명옥이를 걱정하는 담임선생님이 등장하고, 영양사 선생님도 등장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픔을 겪는 것도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 자신이다. 이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이 이야기는 단지, 탈북과 아토피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내면의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고, 나아가 외부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 그것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과 아토피라는 시대의 문제가, 어떻게 아이들의 문제가 되었는가를 어린이의 눈을 통해 알려주고, 우리 아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내는가는 보여주는 이야기. 는 어린이가 두려운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답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