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군가에게 하루해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게루에게 하루는 길기만 합니다. 진행성 근위축증은 건강하던 시게루를 어느 날부터인가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밥 먹고 볼일을 보는 것, 심지어 자는 것조차 시게루는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남의 손을 빌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시게루는 자신이 점점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마음의 문을 닫아 갑니다.
『힘들어도 괜찮아』는 이런 시게루의 마음속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은 작품입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한 아이의 눈을 통해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동시에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그릇된 눈길을 향한 힘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쓸모없어진다는 것
하느님은 불공평하다
우리 엄마
꿈
사람은 변한다
시간이 없는데
새가 되고 싶어
단 한 번뿐인 인생
자신의 힘을 믿어 봐
내가 변하면
글쓴이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오카 슈조 (지은이),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긴이)
출판사리뷰
특별함과 불편함이란 포장을 벗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진짜 장애’ 이야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희소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48만 명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가 소아 환자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진짜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희소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한결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생소한 병명만큼 장애아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여전히 낯선 존재입니다. 시중에 장애아를 다룬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대개 장애아를 ‘특별하다’ 말로, ‘조금 다르고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말로 애써 포장해서 보여줍니다. 이렇듯 한번 굴절해서 보는 장애아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과 장애아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기에 어딘지 부족합니다. 도 언뜻 그런 책들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솔직한 시게루의 목소리를 통해 장애아들도 우리 아이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즐기고 꿈꾸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다세대주택 2층에 살았다. …… 나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짜증을 내곤 했다. 나는 내가 더 살찔까 봐 두려웠다. 학교 급식을 더 먹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시게루는 먹는 게 시원찮구나. 많이 먹어야 힘이 나지.” 모리 선생님은 쉽게 말했지만 나에게는 먹지 못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_본문 중에서
더불어 너무 적나라한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을 안아서 날라야 하는 엄마의 한숨 소리 때문에 몸무게가 늘까 봐 밥도 양껏 먹지 못합니다.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질까 봐 동생한테 물 좀 먹여 달라는 말도 늘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여자 친구 생각을 하면 마음이 즐겁고 맛있는 맥도날드를 보면 더 먹고 싶어서 침이 고입니다. 이렇게 솔직한 시게루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게루가 지금의 나와 별다를 것 없는 ‘또다른 나’임을 깨닫게 됩니다.
담백한 목소리로 인간으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는 그 제목처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모두는 물론,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이 책과 함께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장애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을 담은 책
: 와
이 책의 주인공 시게루는 실제 인물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실제 장애를 겪고 있던 그 소년은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에게 보내는 진혼곡이라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 소년 또한 작품 속 시게루가 그랬듯 고통스러운 처지에서 살다 갔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면서 삶의 어디에서 ‘희망’을 찾고, 또 무엇을 ‘희망’으로 삼아 살아야 하는지를, 나는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 질문의 답을 찾아 계속 써 나갔습니다. _ 오카 슈조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장애아들의 곁을 지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돌봐왔던 오카 슈조는 이미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작가입니다.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겪어야 할 아픔을 쉽게 짐작하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속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주는 그의 작품 속에는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그중에서도 를 가리켜 주저 없이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1987년 를 발표한 뒤로 줄곧 장애아를 주요 소재로 글을 써온 그가 와 함께 이 작품을 스스로가 써온 장애 문학의 정점으로 꼽는 까닭은 바로 두 권의 책이 지닌 서로 다른 시선에 있습니다. 와 에는 모두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카 슈조는 이렇듯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그러나 서로의 어제이자 내일인 모습을 각각 보여주면서 그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 위에 건강한 우리를 세워 두고 묻습니다. 당신에게 ‘장애’란 무엇이냐고, 살아가는 의미는 또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그리고 에서 아오키 형의 목소리를 빌어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들려줍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인생, 좋은 일은 하나도 없고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인생,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하나뿐인 내 인생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