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기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다른 형제들보다 몸집이 훨씬 커다랗고, 우중충한 잿빛이다. 농장의 다른 오리와 닭들은 ‘너무 크잖아’, ‘이상하게 생겼어’라며 아기 오리를 구박한다. 심지어 엄마까지도 이 못생긴 아기 오리를 외면한다. 참다못한 아기 오리는 울타리를 뛰어 넘어 집을 떠난다. 집 밖으로 나온 아기 오리에게 세상은 험난하기만 하다. 사냥개에게 물려갈 뻔하고, 다른 동물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어디에도 맘 편히 속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벌판에서 혼자 견뎌야만 하는 겨울은 너무나 매섭다. 하지만 이 모든 혹독함을 견뎌낸 아기 오리는 드디어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얻게 된다.
저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은이), 오승민 (그림), 김서정 (옮긴이)
출판사리뷰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 그의 일생이 깊이 녹아 있는 대표작
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좌절만 거듭하던 아기 오리. 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견뎌낸 끝에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행복해진다는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아기 오리의 모험은 아이들을 안타깝게, 때로는 가슴 뛰게 만든다. 또한 아기 오리가 겪는 고통과 행복의 과정들은 그 속에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삶의 다양한 이면이 녹아 있어 경험의 폭을 넓혀 준다. 비록 지금은 좌절과 고통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현실의 고달픈 삶에 커다란 위안과 힘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 더욱 매력적인 까닭은, 이 이야기가 바로 안데르센의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동화적인 상상력,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 너머에는 작가 자신이 삶을 통해 직접 겪었던 꿈과 좌절이 생생한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안데르센은 가난한 집안 환경, 못생긴 외모, 예민하고 유약한 성격, 꿈꾸던 것마다 좌절되는 불운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는 안데르센의 그런 고통들을 생생히 담고 있다. 나아가 빛나는 성공을 거둔 후에도 결코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고, 자신이 찾은 행복에 감사하며 겸손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안데르센이라는 위대한 작가의 일생과 그 속에서 얻은 철학이 깊이 녹아 있는 한 편의 우화인 것이다. 그래서 그 울림과 감동의 깊이가 더욱 크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나이가 들어서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새삼스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통해 나온 인생의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안데르센 동화가 2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사랑을 받는 생명력의 한 원천이다.
원작의 향기를 고스란히 살린, 그림책
안데르센의 동화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어 누구나 그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원작을 읽지 못했더라도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장르를 통해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접촉은 정작 이야기에 담긴 깊고 풍성한 의미를 제대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많다. 또한 안데르센의 동화가 어린 시절 꼭 읽어야 할 명작 동화로 인식되고 있어, 어린이를 위해 명작 그림책으로 출간된 것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축약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애니메이션 풍으로 된 것이 많아 아쉽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는 원작의 풍성한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살린, 본격 그림책으로 안데르센의 동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먼저 글은 맡은 아동문학 평론가 김서정은 안데르센 원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물론, 의미 있는 상징과 은유를 풍성히 살려 냈다. 너무 널리 알려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에는 아기 오리의 모험,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힘없고 연약한 존재에게는 너무나 험난하고 위협적인 세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제 눈앞만 바라보는 어리석은 존재들 등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넘친다.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도 참된 자아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혹독한 시련을 꿋꿋이 견뎌내는 연약하지만 질기고 강인한 생명의 힘도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런 소중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기 오리의 삶에 담긴 풍성한 의미들을 고스란히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림 작가 오승민의 힘이 넘치고 개성 있는 그림 역시 작품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야기의 앞부분에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구박과 멸시 당하는 아기 오리를 부서질 것 같은 캐릭터와 강렬한 배경 색채로 표현해 심리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험한 세상에서 방황하는 부분에서는 아기 오리와 주변의 세상을 대비시키며 아기 오리가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각 장면마다 분위기를 살려 표현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기 오리가 조금씩 성장을 하며 백조라는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도 섬세하게 잡아냈다. 정성을 들인 글과 그림으로 원작이 가진 깊이와 향기를 고스란히 살린 이 책은 안데르센의 걸작을 그림책으로 감상하는 새로운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H. C. Andersen)은 1805년 4월 2일, 덴마크의 작은 도시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구두장이, 어머니는 세탁부인 집안이었다. 부모님의 직업도 변변치 못한 데다 친가나 외가도 넉넉하지 못해서, 안데르센은 어릴 적부터 늘 가난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안데르센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이때 들은 이야기는 안데르센이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안데르센이 일곱 살이 되었을 즈음, 유럽은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었다.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열렬한 나폴레옹 지지자여서 독일과의 참전했다가 전쟁에 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쟁의 패배가 큰 상처가 되었던지,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정신병에 시달리다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안데르센의 나이 열한 살 때였다. 아버지가 죽은 후, 이번에는 이웃에 사는 목사의 부인이 안데르센을 문학의 세계로 안내해 주었다. 안데르센은 이 시기에 세익스피어와 괴테 등을 읽으면서 막연히 문학가의 꿈을 꾸었다.
하지만 생활은 여전히 궁핍했고, 열네 살 무렵 안데르센은 드디어 고향을 떠나 대도시 코펜하겐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미성을 살려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안데르센이 찾은 대도시는 냉혹하기만 했다. 어디서도 안데르센을 받아주는 극장이 없어서 굶기를 밥먹듯 했다. 다행히 왕립음악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음악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안데르센은 감기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는 불행을 겪는다. 이제 노래마저 못 부르게 된 안데르센은 배우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 꿈도 이루지 못한 채 극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후견인의 도움으로 코펜하겐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할 기회도 얻는다.
얼마간의 습작기를 거친 안데르센은 이탈리아 여행기를 묶은 을 발표하면서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린다. 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단편 환상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서, 첫 번째 창작 동화집인 를 펴낸다. 전래 이야기의 채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비평가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독자로부터는 극적인 재미와 감동, 그 속에 녹아 있는 주제 의식 덕분에 상당한 호응을 얻는다. 이후 안데르센은 유려한 문체와 문장으로 , , 같은 동화집을 펴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종종 개인적인 가족사가 반영되어 있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안데르센은 종종 동화에서 불우한 가정사를 그리며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다. 한편 안데르센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젊은 시절 여성에게서 받은 실연의 상처를 잊지 못해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여성이 비현실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로 그려진 작품들이 있다. 자기 목소리까지 바쳐 왕자를 찾아가지만 결국 버림받는 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도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안데르센 동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진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세계이다. 그 속에 담긴 삶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풍성한 상징은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휴머니티야말로 안데르센의 동화가 오랜 세월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등 주옥같은 작품은 오랜 시간 전 세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 왔다.
평생 여행과 명상, 작품 창작에 온 열정을 쏟았던 안데르센은 1875년 8월 4일, 건강이 악화되어 생을 마감하였다. 안데르센의 장례는 덴마크 전 국민의 애도 속에 국장으로 치러졌으며, 이후 그의 고향 오덴세는 안데르센 마을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그의 업적과 작품 세계를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