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학잡지 에피 24호, “인공지능과 소설가의 일”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작에 활용되는 흐름에 대한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았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을 인간이 아닌 존재가 한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로 창작에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나아가 그저 경외를 느꼈던 창작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목차
들어가며 - 챗지피티와 글쓰기 | 전치형
키워드-숨(Exhalation)
그건 오해다. 나는 이해했다. | 김연수
인공지능은 소설가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김초엽
쓰여진 문장과 쓰여지지 않은 문장 사이 | 정지돈
야생 앞에서 | 장강명
뉴스-갓(Ansible)
이 계절의 새 책 | 몇 계단을 내려가면 다른 종의 신비로운 의식 세계가 있다 | 정인경
과학뉴스전망대 | 태양광 지구공학, 무대 밖 논란에서 무대 위 논란으로 | 오철우
과학이슈돋보기 | 우주 공간은 어떻게 팽창하나… 새 국면 접어든 허블상수 관측 | 윤신영
글로벌 기후리포트 | ‘산불’이라고 쓰고 ‘기후재난’이라고 읽는다 | 신방실
컬처-터(Foundation)
현대미술, 과학을 분광하다 | 메타버스라는 신기루 | 홍민키
SF | 딥 러닝 레퀴엠 | 김혜윤
이슈-길(Farcast)
재활의 발견 | 로봇과 물리치료사 | 강미량
스탈린, 파시즘, 방사능의 변경사(邊境史): 우크라이나 전쟁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 | 우동현
인류세(Anthropocene)
탄소중립 개념 검토 | 박선아
INDEX
저자
김연수, 김초엽, 정지돈, 장강명, 정인경, 오철우, 윤신영, 신방실, 홍민키, 김혜윤, 강미량, 우동현, 박선아 (지은이)
출판사리뷰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과 사회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과학잡지 에피 24호는 이 흐름에 대한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았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창작한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창작에 어떤 역할로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살폈다.
김연수는 M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 ‘그건 오해다. 나는 이해했다.’를 통해 인공지능이 읽을 수 있는 것과 읽을 수 없는 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김초엽은 장편소설 집필 과정에서 ChatGPT를 활용한 사례를 바탕으로 소설가의 창작에 인공지능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소설가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 ‘AI와 함께한 수요일’ 사례를 중심으로 자기 경험을 소개한 정지돈은 인공지능의 전형적인 오류인 환각 현상을 통해 쓰여진 문장과 쓰여지지 않은 문장 사이의 가능성이라는 지평을 제시했다. 이른바 ‘알파고 쇼크’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며 인공지능이 창작에 다양하게 활용될 앞으로를 대부분 예측에서 벗어날 ‘야생’으로 비유한 장강명은 인공지능이 문학에 미칠 다양한 영향에 대한 ‘인간’ 소설가로서의 견해와 전망을 진솔하게 남겼다.
인공지능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하는 것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이어진 가능성은 경험 이전의 예상과 전망을 새로고침 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메타버스 전시의 과제를 설명한 홍민키의 글은 메타버스에 대해 우리가 기대에 가깝게 전망하느라 불분명하게 여겼던 과정을 생각하도록 한다. 한편 김혜윤의 단편 SF ‘딥 러닝 레퀴엠’은 주체에 대한 인상적인 물음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의 논의가 희망과 절망 중 어느 하나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그리는 미래는 현재와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현재는 인공지능을 막연하게 떠올리며 앞으로를 기약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해마다 기록을 갱신 중인 산불을 이제 ‘기후재난’으로 여기고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신방실의 글과 다양한 자료와 문헌을 교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탄소중립의 개념을 세밀하게 검토한 박선아의 글은 그것이 불안이든 희망이든 맞이할 미래를 위해 지금 취해야 하는 행동이 시급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현재의 문제는 이제 막 부상한 문제도 있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과제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적인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을 소개한 오철우의 글은 앞으로 논쟁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주의 진화와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허블상수 관측의 새로운 전환을 소개한 윤신영의 글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심란함이 세계의 근원을 탐구하는 인간의 호기심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 앞에 놓인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어쩌면 우리가 우리를 아직 잘 몰라서일 수도 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글을 금방 써낸다고 할지라도, 인공지능으로 써도 되는 글과 그렇지 않은, 왠지 ‘쉽게 써지면 안 될 것 같은 글’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의 다양한 생태계를 다룬 책 『후생동물』을 다룬 정인경의 서평은 깊은 밤 바닷가의 고요한 파도 소리와 함께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로봇이 물리치료에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지만 인간의 눈과 손과 귀가 함께 할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강미량의 글은 인공지능을 대할 때에도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역사적 배경을 폭넓은 자료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분석한 우동현의 글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가 이루어지기까지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맥락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현재는 미래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인공지능은 무어라 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