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학비평 계간지 에피 17호는 “식물의 과학”을 다루며 17편의 글을 담았다.
식집사와 식물맹 사이. 우리는 식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을까. 가늠하기 어려운 긴긴 시간을 인간보다 오래 살아왔고, 더 오래 살아남게 될 가만한 존재. 우리 인간과 이 행성을 공유하는 비인간, 지구의 조용한 수호자 식물. 매일 식물에 둘러싸여 지내면서도 왜 우리는 그들을 잘 보지 못할까. 이들을 살아 있는 생물로서 자각하기보다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자원으로써만 파악하는 편향된 시각이야말로 날로 심각해져 가는 지구 환경 문제의 시발점이 아닐까. 식물을, 나무를, 숲을, 조금 더 다채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생물 다양성에 대해, 식물과 동물, 우리 인간의 공존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이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 건, 인류의 생존이 걸린 중요하고 절박한 일이 되고 있다.
에피 17호에 실린 특집 인터뷰와 대담은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다. 릴레이 인터뷰 「수학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다」는 세 명의 인터뷰어가 모두 수학하는 사람(선배 수학자, 대중 수학 강사, 수학 전공 대학생)이다. 인터뷰를 읽다 보면 주목 받는 수학자 허준이의 수학자로서의 삶, 수학 연구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바람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 대담 「코로나의 앞날, 바이러스만이 알고 있다」에서는 mRNA 백신 연구자 남재환과 질병역학 전문가 황승식에게, 코로나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본다.
목차
들어가며 - 식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며 | 강연실
이슈-길(Farcast)
수학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다 - 수학자 허준이 릴레이 인터뷰 | 허준이,금종해,안수지,이상엽
코로나의 앞날, 바이러스만이 알고 있다 - 백신/방역 전문가 대담 | 남재환, 황승식
키워드-숨(Exhalation) 식물의 과학
나무의 자연사 | 장진성
나무와 새 | 박찬열
숲, 탄소, 그리고 그 너머 | 강호정
나이테의 고고학 | 서정욱
빛과 식물, 그리고 육상 진화 | 양성욱
아름다운 식물, 식물의 아름다움 | 신혜우
인류세(Anthropocene)
조용한 지구의 수호자, 식물 | 민경진
뉴스-갓(Ansible)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사람들 | 강양구
기후위기 시대 숲의 가치는? ‘순환관리’ vs. ‘생태보존’ 논쟁 | 오철우
그린란드 빙상과 빙하 유실, 심상찮다 | 윤신영
컬처-터(Foundation)
북리뷰| 식물 인지 편향 넘어서기| 김초엽
에세이| 나무와 목수 | 김진송
물구나무과학| 오래 지속된 오해: 동지에 황종율관이 재를 뿜는다 | 전용훈
SF| 문명의 사도 | 심너울
색인(INDEX)
저자
강연실
출판사리뷰
〉〉〉 수학자 허준이 인터뷰-다수가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에피 17호 이슈 길(Farcast) 섹션에서는 아주 특별한 인터뷰와 대담을 실었다.
인터뷰에서는 세계적 수학자 허준이를 선배 수학자, 대중 수학 강사, 수학 전공 대학생 세 명이 차례로 만났다. 허준이는 수학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는 조합론은 어떤 것인지, 수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하는지 쉬운 비유를 들어 말해주고 있다. 수학과 수학자에 대해 막연하게 가져왔던 환상과 편견, 두려움을 깨고 수학의 매력을 실감하는 드문 기회다.
대담에서는 코로나 4차 대유행, 4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던 시점에 백신 전문가와 방역 전문가를 만났다. 어떤 논의가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는지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참 진행 중인 4차 대유행과 백신 접종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뉴스 속에서도 차분한 시각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식물의 과학-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물은, 나무는, 숲은
에피 17호는 숨(Exhalation)에서는 식물의 세계로 좀 더 깊이 들어가본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을, 나이테에 겹겹이 쌓인 시간을, 짧게는 1년 주기의 계절 변화를 가로지르며 식물을 연구한다. 식물의 과학은 지구의 깊은 과거와 인류의 먼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여러 생명들과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용히 그러나 준엄한 목소리를 낸다.
십수억 년을 살아낸 식물은 어떻게 현재의 모습까지 이르게 되었나. 식물은 빛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용하는가.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는 어떻게 씨앗을 퍼뜨리고 세력을 확장했을까. 나무와 새는 어떤 식으로 공존하는가. 식물은 지구와 함께 어떻게 숨을 쉬고, 탄소를 흡수할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식물은 예술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서 우리 인간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까.
〉〉〉 식물을 둘러싼 다채로운 사유를 이어가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는, 식물세밀화를 그리며 느꼈던 마음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식물을 채집하고 긴 시간 현미경 앞에서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강박을 느껴가며 그리는 그림. 인간에게 식물이 왜 아름다운 존재인지 그 사유를 나눈다.
본지 편집위원이자 소설가 김초엽은 『지구 끝의 온실』을 준비하던 때의 마음속에서 무엇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읽었던 여러 권의 책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소개한다. 식물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를 자각하게 하는 ‘식물맹’,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물 인지 편향’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김초엽의 신작을 이미 읽었거나 곧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중 몇 권을 찾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목수이자 문화평론가인 김진송은 목수 날카로운 시선과 중독성 있는 문장들을 따라가며, 나무에 대한 특별한 사유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등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소설가 심너울은 SF 단편 「문명의 사도」에서 행성 하나를 온통 차지한 거대 생명체의 존재를 상상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먼 미래 먼 우주가 아닌 가까이에서 매일 보는 식물의 생명력, 인간과 식물의 공존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 지금 일어나 미래에 영향을 주는 과학 뉴스 세 가지
과학뉴스 전망대에서는 세 명의 과학 기자가 이슈가 된 뉴스를 톺아본다.
오철우는 산림청이 발표한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 이와 관련한 모두베기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준다. 윤신영은 빙상과 빙하의 유실이 다른 극한 기상 현상과 더불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보인다. IPCC 6차 보고서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시점에 모두가 눈여겨 봐야 할 주제이다. 강양구는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진단해 보고, 현실적이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
매호 흥미로운 주제로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용훈의 물구나무과학사는 미터법 이전에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던 도향령의 기준과 그것이 전통 악기의 음계와는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또한 어떤 과정을 거쳐 폐기되었는지 과학사와 음악학사를 동시에 아우른다.
에피 17호에 담긴 17편의 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늘 곁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식물의 존재를 어느 순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