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가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아.”
SNS 시대, 인정 욕구가 만든
작은 괴물의 이야기
서울특별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 권장도서,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주요 도서 등에 뽑힌 『무엇이든 세탁해 드립니다』로 대물림되는 학교 폭력의 본질을 파헤쳤던 원명희 작가가 이번에는 온라인 관계 맺기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그린 작품을 내놓았다. 『좋아요가 달렸습니다』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인플루언서 정민이가 정반대 성향의 전학생 서연이와 부딪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책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빛과 어둠, 이제는 무시할 수 없게 된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을 조명하는 동시에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파도를 섬세하게 담았다. 한국안데르센상, 나미콩쿠르 수상자 이주미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그림이 가상 현실과 실재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자
원명희 (지은이), 이주미 (그림)
출판사리뷰
차단, 언팔, 저격… 주먹보다 아픈 손가락으로
서로 상처 입히는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어린이들의 삶도 크게 변화했다. 모바일 메신저나 SNS, 메타버스 게임과 같은 온라인 공간이 학교 못지않게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되었다. 그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친구를 사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특정인을 쉽게 괴롭히는 사이버불링도 생겨났다. ‘2023년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36.8%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단톡방에 특정 아이를 끼워 주지 않고 따돌리거나, 일부러 초대한 뒤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저격’을 하면서 고통을 주는 식이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소리 없는 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심리적인 피해가 더 심각한 데다 유형도 교묘해서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렵다.
전학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유명 기획사의 명함까지 받은 서연이를 보며 정민이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열등감이 되어 남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감정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정민이는 서연이의 연락을 간단히 ‘차단’하고, 몇몇 아이들만 단톡방에 초대해서 서연이에 대한 악의적인 말을 퍼뜨린다. 거기에 서연이가 아끼는 인형을 찢어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남기는 것도 모자라 교통사고로 생긴 흉터까지 강제로 공개해 버린다.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해 가는 괴롭힘에 질린 반 아이들은 정민이를 멀리하게 되고, 절친이었던 수아와 미래까지도 등을 돌리자 정민이는 한순간에 외톨이가 되고 만다. 서연이에게 했던 악의적인 말과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쫓겨나다시피 교실 맨 뒷자리에 앉게 된 정민이는 ‘나와의 채팅방’을 켜서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끄적이기에 이른다.
‘이러다 정말 투명 인간이 되면 어쩌지? 아이들 기억 속에서 정말 사라져 버리면, 내가 없어져 버리면 어쩌지?’
그때부터였다. 정민이의 귀에는 ‘부스럭부스럭, 푸드덕푸드덕’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좋아요’로 만든 가짜 세계를
균열 내는 목소리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림자도 존재한다. 잘난 나의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요가 달렸습니다』의 정민이 역시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진만 골라서 SNS에 올리고, 게시물에 달리는 반응과 팔로워 수를 신경 쓰기 바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친한 친구들조차도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을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 계정에 정민이의 실체를 ‘고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정민이의 가짜 세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 요즘 너희 집 그런 데 갈 형편 아니잖아. 그래서 보컬 학원도 그만둔 거 아니야?
└ 아무튼 설정은 끝내줘요.
└ 언제까지 그러는지 두고 볼 거야. 네가 얼마나 망가지는지.
집과 학교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된 정민이의 눈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p’가 등장한다. 묘하게 낯이 익은 그 아이에게 정민이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도 들려. 그럼 어쩌지? 내가 정말 이상해진 거면.”
“누군가 네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게 아닐까?”
“그게 뭔데?”
“나야 모르지. 그렇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대화 속에서 정민이는 ‘좋아요’의 세계를 쌓아 올리느라 잊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떠올린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비록 음치여도 자신감만큼은 프로 아이돌 뺨쳤던 정민이를 사랑스럽게 봐 주던 친구와 가족들을, 자신을 응원하는 팬을 위해 꾸준히 춤 영상을 만들어 올렸던 순간들을, 미래의 아이돌을 꿈꾸었던 나정민을. 그리고 정민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서연이의 간절한 마음을. 언젠가부터 들리던 이상한 소리는 어쩌면 가짜 세계 속에 웅크리고 있는 정민이를 일으키려 했던 이들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이런 나를 과연 좋아해 줄까……. 누구나 타인의 눈을 신경 쓰느라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억지로 꾸밀수록 본래의 나 자신과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기 쉽다. 『좋아요가 달렸습니다』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이 책의 정민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누구인지 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떠올릴 때, 우리는 진짜 세계를 만들어 나갈 힘을 갖게 될 것이다.